[신동욱 앵커의 시선] 볼썽사납습니다
신동욱 기자 | 2023.04.10 21:52
임진왜란을 앞두고 일본에 다녀온 조선통신사 상사와 부사가 선조에게 엇갈린 보고를 했습니다. 상사 황윤길은 "필시 전란의 피해가 있을 것" 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부사 김성일은 "황윤길이 장황한 말로 민심을 흔든다"고 맞섰지요.
결론은 '왜구가 쳐들어오지 않는다'는 쪽으로 났습니다. 김성일이 집권 당파, 동인이었던 겁니다. 당리당략이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대표적인 일화이지요.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중국으로 떠났을 때 민주당 안에서도 "중국에게 이용당한다"고 걱정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 관영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들을 내내 반 사드 선전에 활용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미국에 가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했다가 부정적 답변만 듣고 온 일도 있습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협상 시작부터 타결까지 법무장관 이었습니다. 그러더니 FTA 비준을 막겠다며 미국에서 야당 정치인들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걸핏하면 정쟁을 밖으로 들고 나가는 것만큼 낯뜨거운 일도 드물겁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막겠다며 일본에 간 민주당 의원들이 도쿄전력 본사 앞에서 펼쳐 든 현수막입니다. 그런데 한글로 쓰여 있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것인지, 그 의도가 짐작됩니다.
이들은,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 임원진 면담과 후쿠시마 원전 방문을 거절당했습니다. 정치인 면담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원전 반대 운동을 하는 시의원 한 명과 만났습니다. 후쿠시마 피난민 면담도, 원전 반대 주민 한 사람만 응했습니다. 그러고는 '후쿠시마 공동진료소' 관계자들을 면담했습니다.
일본 공안조사청이 '혁명적 공산주의자 동맹과 관련이 있다'고 지목한 곳입니다. 과격 시위와 9.11테러 옹호로 악명높다고 합니다. 아무리 정치적 이익에 급했어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방일 첫날 야권에서 이런 비판이 나올 만도 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오염수 방류와 모니터링 계획을 신뢰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문재인 정부 외교장관도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오염수 내 삼중수소만 해도, 지난해 우리 원전 배출량이 후쿠시마 방출 예정량의 열 배라고 합니다. 민주당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겁니다. 알면서도 괴담 수준의 주장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사드, 후쿠시마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은 괴담 정치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드 때는 가발 쓰고 탬버린 흔들며 "전자파에 내 몸이 튀겨진다"는 '괴담 송'을 불렀습니다.
우리 국민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일이라면 맨손 맨발로 라도 나서야지요. 그런데 이건 그야말로 나라 얼굴에 먹칠하는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보는 사람만 낯을 붉혀야 하는 장면들을 언제까지 마주쳐야 할까요.
4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볼썽사납습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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