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니] "생명권 우선" vs "양육포기 조장"…보호출산제 쟁점은?

홍혜영 기자 | 2023.07.07 21:22

[앵커]
이렇게 새 생명이 참혹하게 버려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산모의 신원을 노출하지 않은 채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련 단체들끼리도 찬반 양론이 치열하게 맞서고 있어 입법 논의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는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이 제도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뭡니까?

[기자]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보호출산제가 미혼 부모들을 더 음지로 숨어들게 하는 제도라고 비판합니다. 미혼모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베이비박스를 합법화하면 영아 유기가 더 늘어날 거라는 겁니다.

김예원 /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보호출산제 반대)
"위기 임신 상황이 출산까지 연결됐을 때 양육을 지원할 수 있는 금전적, 인적인 지원도 없기 때문에 덜컥 도입하게 되면 양육을 회피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이 제도를 악용해서 오히려 부모 없이 자라나는 아이들을 양산할 가능성이…."

[앵커]
현재 민간에서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 역시 영아 유기를 방조하고 있다는 거고요?

[기자]
네, 하지만 보호출산제를 찬성하는 쪽에선 베이비박스가 문제가 아니라, 입양시키려면 반드시 출생신고를 하도록 한 입양특례법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2012년 개정안이 통과된 뒤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기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겁니다. 성범죄 피해자나 불법체류자 같이 출생신고를 피하려는 사례는 꾸준히 나오는데, 출생통보제를 보완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보호출산제를 반대하는 또다른 이유는요?

[기자]
낳아준 부모를 알아야 할 아동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겁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한국 정부에 "베이비박스를 금지하고,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제도는 최후의 수단돼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보호출산제를 찬성하는 쪽에선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생명권이 우선" 이라고 강조합니다.

김지영 /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 (보호출산제 찬성)
"상당한 아이들은 출생신고를 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희생 당한 거잖아요.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전제가 있어야지만이 알 권리도 있는 건데, 살아있는 사람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갓 태어난 아이들은 그렇게 죽어도 마땅하냐라는 거죠."

[앵커]
보호출산제를 먼저 도입한 나라들도 이런 부분을 고민했을텐데요?

[기자]
네, 프랑스와 독일의 익명 출산제는 산모의 비밀을 보장하는 방식에 약간 차이가 있는데요. 프랑스는 친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영원히 정보를 알 수 없지만 독일은 아이가 16세가 되면 정보가 공개됩니다. 친모가 공개를 거부하면 법원의 판단을 받는데요. 우리가 도입하려는 보호출산제는 독일의 방식에 가깝습니다.

[앵커]
장단점이 뚜렷하고요. 보호출산제가 차선책이라는 점은 양쪽 모두 인정하는 것 같네요?

[기자]
네,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면 아이의 생명을 보호하고 원가정에서 키우는 게 최선이라는 점은 공통된 부분입니다. 다만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보호할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의 차이인데요. 익명 출산을 보장하되 국가가 임신부터 출산, 양육까지 상담과 지원을 한다면 절충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충분한 토론을 통해 부족한 점은 계속 보완해 나가야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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