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준비한다더니 크루즈 즐긴 공무원들…"해외 출장 99번"

송지욱 기자 | 2023.08.07 10:41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초기 준비 부족으로 일부 국가 대표단이 조기 퇴소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국제적 망신'이란 뭇매를 맞은 가운데, 유치부터 준비까지 지난 8년간 잼버리 탐방 목적으로 관계 기관 공무원들이 다녀온 해외 출장 횟수가 99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의 국외 출장 기록이 등록된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새만금이 한국스카우트연맹으로부터 국내 유치 후보지로 결정된 2015년 9월 22일 이후 해외 출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출장 보고서 제목에 '잼버리'를 적시한 기관은 전북(55회), 부안군(25회), 새만금개발청(12회), 여성가족부(5회), 농림축산식품부(2회) 등 5곳이었다고 7일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새만금이 최종 개최지로 선정된 2017년 8월 16일 이전에는 유치전 성격의 출장이, 이후에는 선진 문물 탐방 목적의 출장이 많았는데 구체적인 일정을 살펴보면 '외유성 출장'에 가까운 일정들이 다수 포함돼있거나, 잼버리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일정도 많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전북 공무원 5명은 2018년 5월 '세계잼버리 성공개최 키맨 면담 및 사례조사'를 하겠다는 목적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6박 8일간 방문했다.

잼버리 관련 일정은 첫날 유럽스카우트 이사회 전 의장 면담, 둘째 날 세계스카우트센터 방문 외엔 없었으며, 나머지 기간에는 스위스 유명 관광지와 이탈리아 주요 도시들을 찾았는데 이 두 나라는 잼버리를 개최한 적도 없었다.

또 지난 2019년 10월 부안군 공무원 4명이 영국과 런던, 프랑스 파리로 10일간 떠난 출장은 '영국의 잼버리대회 개최지 연구 및 파리의 우수 축제 연구'인데 출장 일정은 영국 버킹엄궁전, 웨스트민스터사원, 프랑스 몽마르뜨 포도 축제, 몽생미셸 수도 방문 등 관광 코스로 가득했다.

게다가 부안군은 잼버리 개최가 확정된 뒤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지 홍보'란 명으로 2019년 10월 중국 상해에서 최장 6박 7일간 크루즈 팸투어와, 2019년 12월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전망대 및 지룽 크루즈 터미널 방문 등을 떠나기도 했다.

공무원이 아닌 부안군 군의원 5명과 의회 사무과 직원 3명 등 8명이 2019년 7월 25일부터 9박 11일간 미국 잼버리에 출장을 가기도 했는데, 출장 목적엔 "미국 잼버리를 직접 참관하고 운영 사례를 습득하기 위해"라고 밝혔지만, 정작 잼버리가 열린 찰스턴에 있던 기간은 이틀에 불과했다.

남은 기간은 뉴욕과 워싱턴DC에서 자유의 여신상과 타임스스퀘어 등을 방문하는데 보냈으며 출장 경비로 총 3294만 원을 썼다.

한편,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 등에 따르면 이번 새만금 잼버리 총 사업비는 약 1171억15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잼버리 행사 기반시설과 야영장 등 현장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설비로는 약 430억 원이 들었고, 정작 야영장 시설 조성에는 단 129억 원만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잼버리 대회 준비에 투입된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세계 잼버리 유치 확정 당시 491억원이었던 사업비가 2배 넘게 증액이 됐지만, 사무국 조직위와 실무위원회 등 비대한 행정 조직 운영에 상당한 운영비(740억 원)가 들어갔단 지적도 나온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잼버리장 위생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유치 후 6년 동안 투입된 예산 1000억 원이 적절히 사용되었는지도 의심되는 실정"이라며 "차후 개최할 국제 행사에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반드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힐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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