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앵커의 시선] 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신동욱 기자 | 2023.08.28 21:50

"방사능 수치가 엑스레이와 비슷한 수준이라더군요"

체르노빌 원자로가 폭발하자, 소련의 대처는 한심했습니다. 방호복도 없이 투입된 예비군과 광부들에게 요오드가 들어간 보드카를 들이마시게 했지요. 방사능 물질 요오드-131이 체내에 들어올 자리를 없애겠다는 것이지만, 다른 방사능에는 속수무책 이었습니다.

30여 년이 흘러 체르노빌의 호밀로 빚은 '원자 보드카'가 출시됐습니다. 영국 과학자들이 영농 금지구역 생태계가 회복됐다며 내세운 상품입니다. "물과 호밀의 방사능이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치고, 나머지 불순물도 증류과정에서 희석됐다"며 기자 시음회를 열었지요.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영국 학자가 "이론적으로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실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인터뷰를 전하면서 BBC가 "전문가들의 메시지는 압도적으로 방류가 안전하다는 것" 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일부 회의적인 소수 의견도 빼놓지 않았지요.

그렇듯 일단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후 일본이 발표한 삼중수소 수치는 정상입니다. 바닷물은 기준치 70분의 1, 물고기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방류를 앞두고는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의 발언이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는 31일 후쿠시마를 방문해 앞바다에서 잡힌 생선을 먹겠다"고 했지요. 그러면서 중국이 "무모하다"고 했습니다. 중국은 일본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불매운동과 함께 반일감정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반면 EU는 일본 농수산물 전면 개방을 결정했습니다. 독일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후쿠시마 생선에는 문제가 없고, 프랑스 연안 물고기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프랑스의 사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배출하는 방사성 물질이 훨씬 많다는 것이지요. 서해에 맞닿은 중국 원전들이 방류하는 삼중수소가, 후쿠시마의 쉰 배라는 분석을 빼닮았습니다.

"중국과 함께 한국 좌파 진영의 비판이 특히 거세다"는 보도도 눈에 띕니다. "한국인의 공포를, 민주당이 정치적 동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죽창가가 울려 퍼진 주말 집회에서 "핵 오염수 방류가 태평양 연안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태평양 전쟁에 비유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일본 국민은 조용한 편입니다. 방류 직후 여론조사 세 건 모두, 긍정 평가가 부정보다 두 배 안팎으로 많습니다. 오염수가 위험하다면 누구보다 막대한 피해를 입는 건 일본국민인데 말이지요. 광우병 사태 때 미국인은 평온했던 것과 판박이입니다. 

그렇듯 일본 국민 역시 바보가 아닐 겁니다. 우리 역시 선진국 대열로 한발짝 더 나가기 위해서는 과학과 이성, 합리적 판단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저는 강하게 믿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죽창가가 요란해도 우리 국민이 지닌 이성과 합리의 힘을, 저는 믿습니다.

8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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