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식구 감싸기' 선관위, 특혜채용 의혹 당사자에 의원면직

송지욱 기자 | 2023.09.11 16:22

국민권익위가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선관위) 경력채용 비리 의혹을 발표한 가운데 선관위가 가족 특혜채용 의혹을 받는 당사자들을 징계도 없이 의원면직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신우용 전 제주도선관위 상임위원과 사촌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된 전 전남 무안군선관위 7급 공무원 A씨는 지난 7월 1일자로 의원 면직됐다.

신 전 상임위원은 2021년 서울시선관위 경력 채용 때 자녀에게 채용 공고가 나기 전 미리 채용 정보를 귀뜸해주고, 해당 자녀는 신 전 상임위원 동료에게 면접을 본 것으로 선관위 특별감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A씨는 2019년 전남도선관위에 경력 채용될 당시 사촌이 영광군선관위 6급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어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면접에서 A씨에게 높은 점수를 준 면접위원은 A씨의 사촌과 과거 함께 근무한 동료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 전 상임위원과 A씨는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고 공식 선언한 지난 6월 9일 이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의원면직을 통해 공무원 연금 삭감(해임 공무원 연금 25%·파면 50% 감액)은 물론 재임용 제재(해임 3년·파면 5년간 공직 재임용 제한)조차 받지 않게 됐다고 전 의원은 지적했다.

심지어 A씨는 현재 선관위 채용 전 근무했던 무안군청 지방직 공무원에 다시 채용돼 근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 의원은 선관위가 사실상 의원면직 제한 규정을 회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비위 사건처리 규정에 따르면 내부 감사 또는 조사 중이거나 감사원 및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경우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 의원은 "감사원 감사가 본격적으로 실시되기 전 관련자들을 의원면직 처리해 징계 없는 퇴로를 열어줬다"며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는 선관위가 내년 총선에서 공정한 선거관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신 전 상임위원은 임기제로 채용돼 임기가 만료된 것"이라며 "A씨의 경우 당시 수사나 조사를 받고 있지 않아서 의원면직 됐고, 추후 (채용 관련) 징계 사유가 확인되면 근무 중인 기관에서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국민권익위는 지난 7년간 선거관리위원회에 경력 채용된 384명 중 58명(15%)이 부정 합격 의혹자로 드러났다며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 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고발하고, 가족 특혜나 부정 청탁 여부 등의 규명이 필요한 312건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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