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담차담] 덩치를 보니 딱 짐승이네!
지정용 기자 | 2023.09.14 09:00
첨단 방호 다 모여라! ②
지붕은 고정식으로 바꿨다. 폴리카보네이트 비닐의 13중 접합 방탄유리를 씌웠다. 두께가 4.6cm에 달했다. 여기에만 12만5천 달러가 들었다. 차체엔 티타늄을 입혔다. 알루미늄으로 코팅한 런플랫 타이어를 신었다. 연료 탱크는 깨지더라도 유출을 최소화하는 '다공성 발포 매트릭스'로 만들었다.
비밀경호국은 대통령 의전차를 꾸준히 공급했다. 그런데도 존슨, 닉슨, 포드, 카터 대통령은 재개조한 '고정식 방탄유리 X-100'을 때때로 이용했다. 개방감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1977년 초에 퇴역했다.
링컨 X-100을 기반으로 했던 'The Death Car'는 2대였다. 워싱턴 D.C는 'GG 300' 번호판을 2개 발급했다. 코치빌더 'Hess and Eisenhardt'의 윌러드 헤스는 '재개조'를 위해 입고된 X-100의 번호판 2개를 버리지 않았다. 2000년 그가 사망하자 딸 제인이 물려받아 부엌서랍에 보관했다. 2015년 경매에 내놓았다. 당시 딸 제인은 "아빠의 차고로 옮겨졌을 때 묻어 있던 피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열열한 케네디 수집가'가 10만 달러에 낙찰받았다.
의전차는 점점 무거워졌다. 경호에 필요한 아이템을 계속 보탰다. 존슨의 1967년형 링컨 개조에는 50만 달러가 들었다. 지금 가치로 440만 달러다. 무게는 5톤을 넘겼다. 1972년 닉슨의 링컨은 6톤에 육박했다.
1981년 존 힝클리가 의전차를 타기 직전의 레이건을 표적으로 삼았다. 여섯 발을 쏘았다. 직접 맞힐 순 없었다. 총소리가 나자마자 경호원이 의전차 안으로 밀어넣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총알도 차체에 맞아 무사해 보였다. 하지만 방탄 재질의 차체에 튕겨나간 유탄이 레이건의 왼쪽 겨드랑이로 파고들었다. 폐를 뚫고 들어가 심장에서 2.5cm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경호원은 처음엔 레이건이 총에 맞은 줄 몰랐다. 거세게 밀어태우는 바람에 갈비뼈가 부러진 줄 알았다. 조지 워싱턴 대학병원에 4분 만에 도착해 긴급 수술을 받았다. 레이건은 응급실의 의료진들에게 "여러분 모두 공화당원이어야 할 텐데요"라고 농담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아내 낸시에겐 "여보, 몸을 피하는 걸 깜빡했어(I forgot to duck)"라고 말했다.
클린턴 이후 의전차는 캐딜락이었다. 자사의 기함 '플리트우드 브로엄'을 직접 개조했다. '아들' 부시 때 의전차용 모델을 별도로 개발했다. 1명 만을 위한 차 '캐딜락 원'의 시작이다.
드빌이나 DTS의 앞뒤 모습을 적용했을 뿐, 기본부터 아예 다르다. 서버번이나 에스컬레이드 등 GM의 풀사이즈 SUV를 기반으로 했다. 무게는 6톤(추정 무게 6,400kg)이 넘었다. 거대한 장갑무장 차량, 'The Beast(야수)'로 불리기 시작했다.
오바마 의전차는 더 무겁다. GMC 트럭 톱킥(Topkick)의 섀시를 바탕했다. 차체는 특수강, 티타늄, 알루미늄 등을 총동원했다. 도어의 두께는 200mm, 유리 두께는 130mm다. 타이어는 대전차 지뢰에도 견딘다. 높이도 1.8m에 달한다. 이러니 무게가 9톤이 넘는다(추정 무게 9,100kg). 최고 시속이 많이 나올 수가 없다. 97km/h다. '덩치'를 끌기 위해 8기통 6.6리터 터보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승용차용 가솔린 기관의 토크로는 부족하다. '경유'는 혹 모를 피격 때 폭발 위험도 아주 낮춘다. 연비는 리터당 2.8km다. 화학 공격에 '완벽 밀폐'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연막탄, 최루탄 발사기, 고성능 샷건 등은 방어용이다. 응급 상황에 대비해 대통령과 같은 혈액을 비치한다.
오바마는 2013년, 워싱턴D.C 주민들의 청원을 받아들였다. 지역 표준 번호판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표준 번호판에는 "대표 없는 과세 부담"이라는 문구가 있다. 미국 헌법은 의회를 주(州) 대표자들로 구성하도록 규정한다. 워싱턴D.C는 특별구여서 상·하원의원도, 자체 입법권도 없다. 그럼에도 세금은 꼬박꼬박 내는 게 억울하다는 의미다. 오바마 이후 트럼프와 바이든도 이 문구가 적힌 번호판을 달고 있다. 워싱턴D.C 차량관리국이 발급한 번호 '800 002'와 함께. 취임식 당일에는 몇대 대통령인지 알려주는 숫자만 들어간 번호판을 부착한다. 바이든은 '46'이었다.
수명이 다한 '의전차'는 어떻게 될까. 비밀경호국이 파괴한다. '폭파해체'해야 한다. 방어 능력도, 제조 능력도 공개해선 안 되는 국가기밀이다.
2014년 비밀경호국은 새 의전차 3대를 계약했다. 3대에 1683만2679달러를 썼다. 2018년 9월 24일 트럼프의 뉴욕 방문 때 공개했다.
창문은 운전석만 7.6cm 정도 열리도록 설계했다. 조수석이나 대통령이 앉는 뒷좌석은 열리지 않는다. 차 문에는 열쇠 구멍이 없다. 문을 어떻게 여는 지는 백악관 경호원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에어포스 원으로 방문국에 도착하기 전, 'The Beast'는 앞서 수송기로 이동한다. 현지에선 2대 혹은 3대가 달린다. 대통령이 어느 차에 탔는지 감추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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