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니] 지하철 '의자 없는 칸'…혼잡도 낮출까
홍혜영 기자 | 2023.11.02 21:42
[앵커]
내년부터 서울 지하철에서 좌석을 아예 없앤 열차가 등장합니다. '지옥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방안인데요. 효과가 있을지 따져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지하철이 붐빌 때는 어느 정도로 심각합니까?
[기자]
보통 지하철 전동차 한 칸을 기준으로 최대 정원은 160명으로, 이 때 혼잡률이 100% 입니다. 125%가 되면 시야가 막히고 150%면 서로 어깨가 닿는 '주의 상태'입니다. 175%인 경우 출입문 쪽은 팔도 들 수 없습니다. 이 기준으로 볼 때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1호선부터 8호선까지 최고 혼잡률은 4호선이 193%으로 가장 높았고 7호선도 주의 단계를 넘었습니다. 193%면 정원의 2배에 가까운 300명 이상이 끼여 탄다는 건데요. 1제곱미터 당 5명 정도로, 핼러윈 참사 당시에(6~7명) 근접한 밀집도입니다. 9호선과 김포도시철도는 이보다도 높습니다.
[앵커]
심각하긴 하네요. 그래서 전동차 객실의 의자를 없애보겠다는 거고요?
[기자]
네, 출퇴근 시간대 운영하는 열차의 중간 2개 칸 의자를 이렇게 아예 없애는데요. 노약자석을 제외한 일반 의자를 떼어내 설 수 있는 공간을 더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혼잡도가 심한 4호선과 7호선 열차에 내년 1월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고 확대 여부를 정합니다.
[앵커]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4호선의 경우 160명이 정원인 칸에 310명이 타는 건데요. 7인석 의자 6개를 떼어내면 한 칸 당 42명이 탈 공간이 더 생깁니다. 서울교통공사는 혼잡도를 40%P 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좌석을 없애면 그만큼 사람들이 더 타서 혼잡도는 똑같은 것 아닌가요?
[기자]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대에 타는 사람은 일정하기 때문에 의자를 없앤다고 더 타지는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열차를 못 타서 그냥 보내는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입석 칸에 벽면까지 사람들이 들어차면 안전사고 가능성이 더 커질 거라고 지적합니다.
최진석 /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의자 쪽에 앞에 사람들이 앉아 있으면 앞에 위에는 사람이 없으니까 이렇게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 있잖아요. 근데 지금 그 공간을 없애겠다는 거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거죠."
[앵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자]
근본적으로 열차를 증편하는 방안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습니다. 지난해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누적적자가 17조 원인 데다, 안전 문제 때문에 운행 간격을 더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대안이 필요한데요. 요금 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싱가포르는 아침 7시 45분 이전에 타면 요금을 면제해주는 정책을 도입해 효과를 봤습니다. 런던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대에 요금을 더 받고, 호주에선 혼잡시간을 피하면 할인해줍니다.
유정훈 /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결국 요금 정책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어떤 소프트웨어적으로 그러니까 요금 정책을 통해서 수요를 분산시키는 이런 것도 굉장히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이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을 고민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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