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박스] '청년 비하 현수막' 업체탓 하더니…결국 인정

이채림 기자 | 2023.11.20 19:28

[앵커]
보신대로 민주당이 청년을 비하하는 현수막을 만들어 큰 논란이 벌어졌죠. 민주당은 애초에 '외부 업체의 잘못'이라면서 책임을 떠넘겼었는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팩트들이 나오고, 청년들의 탈당 움직임까지 나오자 오늘에서야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경위야 어찌됐든 민주당이 이 시대의 청년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 단면이 드러난 일이어서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도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채림 기자가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취재해왔습니다. 이 기자 현수막 문구에 뭐가 문제였는지부터 다시 한번 정리해 볼까요?

[기자]
민주당에서 지역에 내려보낸 문구는 4개입니다.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인데요.

바꿔 말하면 청년들은 '사회 돌아가는 거엔 관심 없고 본인만 잘 살고 싶어하고, 경제도 모르면서 돈만 벌고 싶어하는 세대로 규정한 겁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그 뜻을 이뤄주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앵커]
한마디로 청년들을 한심한 세대로 바라보는 꼰대적 관점이 투영된 내용인데 민주당은 당초에 해당 업체가 잘못한 거고, 당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 아니었습니까?

[기자]
네, 민주당은 논란이 불거진 그제 대변인과 홍보위원장이 당이 관여한 일이 아니라고 외주업체의 책임으로 돌렸는데요. 먼저 들어보시죠.

[한준호 /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업체가 내놓은 문구를 당이 조치를 해준 거뿐인데.

그래서 저희가 해당 업체를 접촉해보려고 했는데 민주당은 그 업체가 어디인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앵커]
업체 잘못이라면 민주당에서는 이 업체가 만든 문구의 내용을 보고 받지 못했던 건가요?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이원욱 의원이 어제 공개한 조정식 사무총장 명의의 민주당 공문입니다. 현수막 시안과 어떻게 게재하라는 구체적인 지침이 담겨있고요. 아래에는 담당 부서장, 담당자까지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문건에 이름이 적혀있는 당직자는 민주당 내에서 메시지를  오래 담당해온 당직자로 알려져있는데요. 오늘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해봤는데 받지 않았습니다.

[앵커]
처음에 당은 모르고 업체가 한 일이라고 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했는데, 저런 문건이
공개됐으니 당으로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텐데 오늘 조정식 사무총장이 직접 사과한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여요.

[기자]
네, 사태가 심각해지자 조정식 사무총장이 오늘 직접 사과를 했습니다. 조 사무총장은 업체가 청년 행사에 쓸 현수막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고 받았지, 문구 자체는 보고받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조정식 /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현수막 문구가 보고된 건 아냐, 당의 시행으로 넘어가게 된 건 시행과정의 불찰이고 당이 잘못된 거라 생각...

조 총장은 책임자에 대한 징계나 문책을 하겠냐는 질문에는 '아직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앵커]
민주당의 청년당원들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면서요?

[기자]
민주당이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는 이번 총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청년층에게 큰 반감을 줬다는 점 때문입니다.

당내 청년 그룹에선 "청년 세대가 바보냐"며 "근래 민주당의 메시지 가운데 최악이며 저질"이라는 비판 성명이 나왔고, 당원 게시판에도 '젊은 층에 어떤 이해를 갖고 있는지 알겠다'면서 탈당하겠다는 글이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비명계는 어제 청년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이재명 지도부가 '청년 세대에 대한 인식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고 공격했습니다.

현장에서 분출된 민주당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전성균 / 민주당 화성시 의원]
청년은 모르기때문에 관심 두지 않는게 아니라 그럴 여유가 없어서 정치경제에 관심 두지 않는 것. 2030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오는 문을 막았다고 생각한다.

[김민재 / 민주당 경남도당 대학생위원장]
항상 너저분하게 사과아닌 사과를 하고 또다시 일이주 지나면 묻힐 것 아니까 또 어떤 문제 저지를지 모르겠다.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 인사들이 자신들만 도덕적, 지적으로 우월하다는 착각, 선민의식에 빠져 젊었을 땐 노인 비하 발언을 내뱉다가 나이 들어선 청년 비하 발언을  내뱉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송영길 전 대표는 한동훈 장관에게 어린놈이라고 해서 큰 비난을 받았었는데, 민주당이 젊은층을 바라보는 내부 인식부터 다시 챙겨봐야겠군요.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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