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앵커의 시선] 꼼수, 무리수, 자충수

신동욱 기자 | 2023.12.04 21:51

지하철역에 홀연히 나타났던 스파이더맨 입니다. 나중에 의심스러운 정체가 전해지긴 했지만, 그 순간만은 재치가 빛났지요. 그런데 당시 그는 "시민들이 가보라고 해서 머리 속이 하얘진 채로 갔다"고 실토했습니다. 그렇게 겁이 났겠지만 노숙인에게 "신발부터 신으시라"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함께 춤추듯 노숙인을 말려 싸움판을 웃음판으로 바꿔 놓았지요.

손자병법 으로 치면, 허를 찌르는 허허실실입니다. 성문을 활짝 열어 도리어 적군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 제갈공명처럼 말입니다.

인공지능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인간, 이세돌 구단도 그랬습니다. 전혀 못 보던 한 수에 당황한 알파고가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지요. 훗날 이 구단은 '꼼수'라고 했지만 인공지능을 버벅거리게 만든 신의 한 수가 분명합니다.

사실 진짜 꼼수가 뭐라는 걸, 우리 정치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판도 없습니다. 그중에 단연 고수가 어느 당 이겠습니까. 희대의 꼼수 탈당으로 '검수완박'을 완성한 것을 비롯해 일일이 주워섬기기도 벅찹니다. 하지만 꼼수의 행진은 정권을 내주는 길이 되고 말았지요. 호구에다 돌을 놓은 격입니다.

"허허, 이런 꼼수를 쓸 줄 잘 몰랐죠. 사실."

탄핵 표결을 앞두고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사퇴하자, 이재명 대표는 허탈한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집요하게 탄핵의 무리수를 날리다 뜻밖의 묘수에 갑자기 하수가 된 기분이었을까요. 민주당은 탄핵 바둑판이 헝클어지자 대통령에게 사표를 받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줄곧 사퇴하라고 외치더니 막상 사퇴하자 그냥 있으라는 자충수에 빠졌습니다.

헌재 판결이 날 때까지 직무를 정지시켜, 총선 전까지 방통위를 마비시키려는 진짜 꼼수를 드러내고 만 겁니다. 그러고도 새 방통위원장이 임명되면 두 명이고 세 명이고 탄핵시키겠다고 벼릅니다. 수 싸움에서 밀리자 이단 젖힘 삼단 젖힘의 초강수도 불사하겠다는 것이지요.

지난 정권에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기울여 놓은 방송의 바둑판 그대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게 아니면 다른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묻지마 탄핵의 속내는 이전 검사 탄핵 사유를 그대로 복사해 붙인 데서 이미 들켰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서류는 제대로 만들어 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마를 잡겠다고 온 바둑판을 헤집어대며 무리수를 연발하는 건, 하수 중에 하수지요. 

그런데 민주당은 세 명째 초유의 검사 탄핵을 밀어붙인 데 이어 쌍특검 강행 처리를 예고했습니다. 재판이 진행 중인 대장동 사건에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까지 내밀어 총선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바둑은 힘이 아니라 지혜를 겨룹니다. '코를 비틀면 피가 나오듯, 화를 돋우면 분쟁이 일어난다'는 성경 말씀도 있지요. 끝내 자기 코에서 코피를 봐야 정신이 좀 돌아올까요?

12월 4일 앵커의 시선은 '꼼수, 무리수, 자충수'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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