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미·일 증시, 우리 증시는 '1월 악몽'…'구원 투수' 연기금도 팔았다

송무빈 기자 | 2024.01.24 17:01

미국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일본도 주가가 연고점에 근접하는 등 세계 곳곳의 증시가 랠리를 펼치고 있다. 반면, 국내 증시는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2일(미국 동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장보다 0.36% 오른 3만 8001.81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처음 3만 8000 이상 지수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0.22% 상승한 4850.43으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시장의 기대보다 더딜 거란 관측에도 경기 연착륙 가능성과 업황 개선 기대감 등이 커지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인공지능(AI) 전성기에 힘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등 빅테크'매그니피센트 7'의 활약이 컸다.

일본 증시도 올해 증시가 호조를 보이며 거품 경제 시절인 1989년 말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는 23일 장중 한때 전날보다 350포인트 가까이 오르며 3만 6896을 기록했다. 지난 4일 거래 시작 이후 상승세를 타며 3400 포인트 이상 뛰었다.

활짝 웃은 일본 증시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해외투자자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도쿄증권거래소가 공표한 1월 9∼12일 투자 부문별 주식 매매 현황을 보면 해외 투자자 순매수액은 9557억 엔(약 8조 6000억 원)에 달한다.

한국 증시는 사정이 다르다.

2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4.26포인트(0.58%) 오른 2478.61에 마감했지만 연초와 비교했을 때 하락세가 뚜렷하다. 코스피는 22일 종가 기준 지난해 연말 종가 대비 -7.19%의 하락률을 기록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증시 중 홍콩 항셍(-12.24%),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7.35%)에 이어 세 번째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투자자별 거래 실적을 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지난 23일 기준 이달 6조 7598억여 원을 순매도로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2조 3630억여 원을 순매수하는 등 매수세도 이어졌지만, 증시 구원투수인 연기금도 2000억 가량이 순매도로 빠졌다.

코스피 시장의 부진 이유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점이 꼽힌다.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스피는 지난해 연말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단기 급등 여파로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됐다"고 분석했다.

이외에 반도체, 이차전지, 철강 등 몸집이 큰 수출기업들이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4분기 실적을 낸 것도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미국발 금리 인하 기대 심리 차단 효과도 주원인으로 꼽혔다.
연준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잇달아 보내면서 시장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지고, 안전자산인 달러 등으로 투자 심리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는 것도 하락세에 한 몫 했다. 또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이 일본으로 옮겨감에 따라 국내 증시가 소외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달 코스피 시장의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면서도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국인 일본과 우리 증시가 대조적인 성적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는 맥락이 있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 23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올해 첫 번째 핵심과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꼽기도 했다. 서 회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가진 '취임 1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상장기업의 배당성향 제고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환원책을 유도하는 자본시장 밸류에이션(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공모 주식형펀드를 포함한 장기 직간접 주식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또한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제보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