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칼럼 오늘] 무너진 낙·석 연대

윤정호 기자 | 2024.02.21 21:51

인도네시아 맹그로브 숲에서 BBC 카메라맨이 물총 습격을 당합니다. 물총고기가 쏘아 올린 물 탄환입니다.

물총고기가 떨어뜨린 곤충이, 꼭 자기에게 가까운 수면으로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함께 사는 물고기들과 나눠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물총고기는 먹이를 독식하는 필살기를 개발합니다. 물 밖으로 솟구쳐 직접 잡아 삼켜버립니다.

쫄깃한 돼지의 위장을 '오소리감투' 라고 부릅니다. 원래는 '오소리 털가죽으로 만든 벙거지'를 가리키지요.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오소리감투가 둘이다.'

벙거지도 감투라고, 서로 권력을 다툰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속담도 있지요.

'서천에 경(經) 가지러 갈 사람은 가고, 장가들 사람은 장가든다.'

서유기처럼 천축국에 불경 구하러 간다며 여럿이 나섰는데, 결국 제 좋을 길로 간다는 것이지요.

오월동주 하며 동상이몽을 꾸던 가설 텐트가 맥없이 주저앉았습니다. 한 지붕 다섯 가족이 풍비박산 났습니다. 끝없는 정쟁에 지친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고 나선 개혁신당이 열하루 만에 쪼개졌습니다. 제3지대 정당사에 남을 초고속 만남과 이별입니다.

이른바 '빅 텐트'에 모여든 사람들은 '반 윤석열' '반 이재명' 말고는 공통점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념과 정책, 지지 기반과 정치 철학까지 딴판이었습니다. 차근차근 대화부터 하면서 사귀는 게 순서였지요.

그런데 양대 정당 대표를 지낸 두 공동대표는 티격태격하다 선거 권력을 놓고 갈라섰습니다. 자신들이 혐오한다는 기성 정당의 이전투구를 답습했습니다. 그렇게 중도 유권자들의 새 정치 염원을 배신했습니다. 도리어 정치 혐오를 부추겼습니다. 그 책임이 무겁습니다.

조선 후기, 명 시조 시인이 읊었지요.

'이별이 있거들랑 연분이 없었거나, 연분이 있거들랑 이별이 없고지고…'

이별을 할 거면 애초에 만나지를 말랍니다.

잘못된 만남으로, 두 사람은 명분과 실리를 다 잃었습니다. 남은 건 눈먼 국고 보조금 6억 원입니다. 뒤늦게 사과했습니다만,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깊이 생각했으면 합니다.

2월 21일 앵커칼럼 오늘 '무너진 낙·석 연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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