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니] '2000명 증원' 누구와 논의하나…의료계 입장 제각각

김자민 기자 | 2024.02.28 21:26

[앵커]
정부와 협상테이블에 앉을 의사단체의 대표성을 놓고 의료계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왜 대표 협의체를 만들기 어려운건지, 각 의료계의 입장을 따져보겠습니다. 김자민 기자, 일단 정부가 의사 협회는 대표성이 없다고 잘라말했어요?

[기자]
의사들을 대표하는 법정 단체는 의협이 맞지만, 의협은 개원의 중심의 단체입니다. 정부는 의협이 대형병원 전공의 이탈 사태와는 다소 거리가 있고 전체 의사를 대변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집단행동은 전공의가 하고 있는데 전공의와 얘기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전공의 문제는 전공의들끼리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전공의 문제에는 의대교수는 물론 대학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계는 '2000명 의대 증원'이란 문제를 놓고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는데요, 먼저, 의대 학장들은 "2000명은 단기간에 수용하기 불가능하고 증원 적정 규모는 350명"이란 입장입니다.

[앵커]
지난해 정부 수요조사에서 2000명 증원이 가능하다고 한게 의대 아닙니까?

[기자]
네, 전국 40개 의대는 지난해 정부가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했을때는 올해부터 당장 신입생을 최대 2800여명 늘리고, 2030년까진 최대 3900여명까지 늘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2000명 의대 증원을 결정한 주요 근거이기도 한데, 뒤늦게 당시에는 무리한 증원 규모를 제출했다며 다시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겁니다.

신찬수 /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
"의과대학이 학생 수가 늘어나면 그 대학의 위상이 좀 올라가고 또 대학병원은 큰데 졸업생 수가 굉장히 적은 대학들은 이참에 학생 수를 확보하자, 좀 부풀려진 채로 제출이 됐고"

[앵커]
의협과 전공의, 둘 다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의협을 따르지 않겠단 입장입니다. 앞서 의협은 개원의 중심의 단체라고 말씀드렸죠. 이번 의사 집단행동에 개원의들은 동참하고 있지 않습니다. 함께 행동에 나서지 않는 의협을 따르지 않겠단 내부 분위기가 조성된데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고발을 우려해 공식적인 대화 참여를 꺼리고 있습니다.

[앵커]
서울대 의대교수들은 정부와 대화를 위해 비대위까지 만들지 않았습니까?

[기자]
의대교수들은 전공의와 학생을 책임지고 지도하는 교수들이 대화에 나서야한단 입장입니다. 실제로 정부와의 물밑 접촉도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에서 서울대 비대위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합니다.

정진행 / 서울대 의대 前 비대위원장
"정부가 의료계의 대표가 나와라 헷갈려서 우리는 못하겠다라는 것은 사실상 지금 필수 의료를 책임지고 이 사태를 책임지는 대학병원 교수들과의 만남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야 의료 공백 사태가 해결이 될텐데. 대표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사태가 점점 꼬여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김자민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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