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칼럼 오늘] 이 봄, 아빠와 함께 피어날게

윤정호 기자 | 2024.04.08 21:54

스웨덴 국민화가 칼 라르손이 무릎에 어린 딸을 앉히고 자화상을 그립니다. 까르르 웃는 딸을 목말 태우고서 마냥 행복합니다.

둥글둥글 우람한 아버지가, 잠든 딸을 지켜줍니다. 머리도 곱게 땋아주고, 함께 놀아줍니다. 딸이 껌 딱지처럼 달라붙습니다. 곁에 아버지가 안 계셨던 화가 딸이 꿈꾸는 아버지입니다.

소를 닮았던 아동문학가 권정생이 일찍 가신 아버지를 불러봅니다.

'아버지, 내 어깨가 이만치 튼튼해요. 가슴 쫙 펴고 자랑하고 싶은데…'

봄날 시인의 딸 사랑이 애틋합니다.

'꽃망울 터지는 소리에도 눈물 터지게 하는, 딸애의 흰 낯에도 푸르름이 비치게 하는, 저 환한 햇살 그대로…'

"해가 빛나는 봄에… 아빠, 벌써 봄이네."

고 김태석 천안함 원사의 막내딸 해봄 씨가 아버지께 띄운 영상 편지에, 천만 가까운 국민이 가슴을 적셨습니다. 정부 행사 영상으로는 이례적인 조회 기록입니다.

'해봄'이라는 이름은, 아버지가 '해처럼 봄처럼 밝고 빛나게 자라라'고 지어줬다고 합니다. 아빠 품에 안겨 V자를 그려 보이던 다섯 살 막내는 올봄 대학생이 됐습니다.

"이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 테니 날 꼭 지켜봐 줘."

큰딸 해나 씨는 아버지 뒤를 이어 해군 장교후보생이 돼 내년 임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빠처럼 훌륭한 군인이 될게."

그러나 어머니와 세 자매는 14년이 지나도록 갖은 망언과 음모론에 상처 받고 있습니다. 해봄 씨는 "천안함 폭침을 드라마나 영화 한 장면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분노가 치민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해봄 씨는 "보훈 자녀로 살면서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지요. "군인의 꿈을 가슴 한편에 담아두고 있는 것도 그 때문" 이랍니다.

그런 딸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계실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딸에게 새 구두를 신겨주는 시인의 소회와 다르지 않겠지요.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겠네.'

4월 8일 앵커칼럼 오늘 '이 봄, 아빠와 함께 피어날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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