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들만 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김하림 기자 | 2024.04.16 21:12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엿새 만에 첫 사과의 입장을 밝혔는데 사과의 방식과 내용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부 김하림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먼저 오늘 윤 대통령의 총선 관련 발언이 국무회의, 그리고 비공개 참모회의 때 두 차례로 나눠 전달이 됐던데 뉘앙스엔 꽤 차이가 있어 보였어요?

[기자]
네,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 발언은 간단히 말해, 정책 기조는 큰 틀에서 잘못된 건 아니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4시간 뒤에 나온 비공개 참모회의 발언의 핵심은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 '국민께 죄송하다' 직접적인 사과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앵커]
왜 그렇게 발언의 차이가 있었던 건가요?

[기자]
국무회의는 국무위원들과 참모들을 함께 모아놓고 하는 회의입니다. 자리의 성격상, 장관들을 대상으로 국정운영 방향에 중점에 두고 발언한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입니다. 하지만 총선 참패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자리였죠. 국민들 입장에선 그게 국무회의든 대국민담화든, 당연히 국민들에게 하는 말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앵커]
'저부터 잘못했다'는 윤 대통령의 사과도 결국 국민들은 직접 듣지 못한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 부분은 육성 발언도 없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대통령실 관계자를 통해서만 전달받은 셈이 됐습니다. 사실 이런 방식의 소통은 지난 1일,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담화 때와도 비슷합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담화에서 2천명 의대정원이 최소한의 규모라고 했는데, 그날 저녁 성태윤 정책실장은 "절대적 수치란 입장은 아니"라며 유연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래서 여론이 좀 더 원하는 메시지가 대통령의 입이 아닌 참모의 전언을 통해 전달되는 소통 방식 자체가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역대 정권에서도 그랬지만, 대통령의 입으로 직접 사과한다는 게 분명 쉽지 않은 측면은 있죠. 그럼 총선 관련 입장을 밝히는 건 오늘로 끝인 건가요?

[기자]
대통령실은 추후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 등 추가 소통 기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대통령의 메시지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타이밍'도 상당히 중요하단 점에서 오늘 발언은 아쉽다는 평가가 여당 내에서도 나옵니다.

[앵커]
이번 총선 결과로 야당과의 소위 '협치'도 필요한 상황인데, 오늘 윤 대통령 발언엔 얼마나 담겼나요?

[기자]
오늘 윤 대통령이 직접 '야당'을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국회'란 표현을 통해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하겠다고 했습니다.

[앵커]
이재명 대표가 요구하는 '영수회담' 성사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기자]
대통령실은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보셨듯이 야당 대표와의 단독 회담보단 여당 지도부와 함께 만나는 형식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이 요구하는 '영수회담'이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방송 신년대담에서도 여당 지도부 없이 만나는 건 곤란하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런 기조에서 크게 바뀐 건 아닌 듯합니다.

[앵커]
어쨌든 오늘 발언이 끝이 아니라고 하니까, 윤 대통령의 더 적극적인 소통을 기대해보도록 하죠.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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