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팔고 엔비디아 사자"…개미들 '美 주식 이민' 행렬
최수용 기자 | 2024.06.17 15:33
세계 주요 증시가 활황을 누리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주식 투자를 줄이고 해외 증시, 특히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장(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 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자조섞인 유행어까지 돌고 있다.
실제로 16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의 국내 증시 총주주수익률은 연평균 5%에 그친다.
미국(13%), 일본 (11%), 대만 (10%)보다 낮은 수치다. 10년 전 1억원을 한국 증시에 투자했다면 1억6000만 원이 됐겠지만 미국 증시에 투자했다면 3억 4000만 원까지 올랐을 것이라는 의미다.
올 들어 성적을 떼어봐도 초라하긴 마찬가지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18%, 대만 증시가 24%, 그리고 일본 닛케이평균이 16% 오르는 등 20개 주요국 중 14곳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쓰는 동안, 한국 코스피는 지난 14일까지 불과 3.9% 올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른바 '주식 이민' 열풍도 가속화되고 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올 들어 미국 주식을 61억 6746만 달러(약 8조 5067억 원) 어치 사들였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 금액은 13일 기준 845억7718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종목은 미국 AI 대장주 엔비디아.
서학개미들은 최근 액면분할로 몸집이 가벼워진 엔비디아 한 종목만 일주일 동안 3억1541만 달러(약 4400억 원) 사들였다. 같은 기간 순매수 2위인 게임스톱(6699만 달러)의 4배가 넘는다.
반면 국내 증시는 찬밥 신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7조 2569억 원을 순매도했다.
심지어 최근 일주일 동안 삼성전자(―7728억 원), SK하이닉스(―2855억 원) 등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주를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양국 간 기대 수익률이 차이가 크다"며 "향후에도 국내 주식이 반등할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다만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는 미국 경기 성장이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나며 원·달러 약세 압력이 높아지고 채권 수익률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증시가 미 증시보다 우위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뉴스제보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