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전쟁' 대통령실·정부 vs 한은 난타전 양상

송병철 기자 | 2024.06.20 18:02

대통령실, 정부,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놓고 난타전에 가까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는 고물가 인식에서 차이가 발생해 재정·통화당국이 아닌 농림축산식품부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vs 한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다른 여러분이 금리에 대해 말씀하는 것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라며 "(금리 인하를) 하라는 메시지가 아니고 정보를 주는 거라면 활용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기다려야 금통위원들과 같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고, 데이터도 좀 더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1일 경제동향 6월호에서 "높은 수출 증가세에 따라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라면서도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수 회복세가 제약되는 원인으로 고금리로 지목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지난달 현안분석 보고서에서도 "2%대 물가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내수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긴축 기조의 점진적 조정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기준금리 결정 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지만 금리는 금융통화위원이 독립적으로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통화정책이 금통위의 독립적인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대해 일단 선을 그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물가 상황에 대해선 "5월 전망의 경로대로 가고 있지만 목표 수준(2%)에 수렴했다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라며 금리 인하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한은 vs 농림부

한은은 지난 18일 '우리나라 물가 수준 특징과 시사점'를 통해 우리나라 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은 물가동향팀이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식료품 물가는 OECD 평균보다 56%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류와 신발은 61% 비싸고, 주거비는 23% 높은 수준으로, 세부 품목별로 보면 사과, 돼지고기, 식용유, 티셔츠, 골프장 이용료, 렌터카 등이 OECD 국가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부터 가격이 크게 뛴 사과는 OECD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비쌌다.

그러면서 한은 농산물 수입 개방, 생산성 향상, 유통구조 개선으로 한국의 식료품과 의류 가격이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가계의 평균 소비여력이 7%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지만 식료품과 의류 등 필수 소비재 가격이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생활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높은 생활비 수준을 낮추기 위해 어떤 구조 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해 볼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는 물가 수준이 높아 재정과 통화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어 관련 산업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수입확대와 구조개선을 통해 새로운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음 날인 19일 송미령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한은의 지적에 대해 "(한은은) 농업 분야 전문가들은 아니다"라며 "각 데이터를 언제 조사했느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진다"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데이터로 하면 (한국이) 38개 OECD 국가 중 19번째"라고 강조했다.

또 송 장관은 "(현재) 개방 안 된 품목 없을 정도로 농산물 개방돼 있다"라며 "수입한다고 농산물 가격 떨어지는 거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튿날인 이날 한은은 또 "우리가 말한 '물가 수준(level)'이 아니라 '물가 상승률' 개념의 통계로, 기준이 전혀 다르다"라고 송 장관의 말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언제, 어떤 기관이 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송 장관의 말을 우회적으로 반박하면서 우리나라 과일·채소 등 농산물가격이 OECD 평균 대비 1.5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된 OECD의 2022년 ICP(국제비교프로그램) 통계와 EIU의 최근 5년(2019∼2023년) 평균 우리나라 세부 농축산물 품목 물가 수준 통계자료도 추가로 내놨다.

한은 관계자는 "18일 발표한 물가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높은 생활비에 대한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진 것"이라며 "방법 측면에서는 여러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제시된 통계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해석은 국민의 혼란을 키우고 연구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만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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