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듣기평가 오류로 시험 망쳐"…법원 "국가 책임 없다"

박한솔 기자 | 2024.07.01 11:39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시간에 발생한 방송사고로 듣기 평가에 혼선을 겪은 수험생들이 국가에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국가배상책임이 없다고 봤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김민정 판사는 지난달 19일 2023학년도 수능 응시생 A씨 등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9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22년 11월 17일 수능일, 전남 화순군 한 고사장에서는 영어 듣기평가 직전 방송이 송출되지 않는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 이에 고사본부는 각 응시장에 독해 문제를 먼저 풀도록 안내한 뒤 시험 말미에 듣기평가를 진행했고, 시험시간 2분을 추가 부여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선 원성이 빗발쳤다. '선듣기 후독해' 순서로 짜인 시험을 거꾸로 푸는 바람에 실력을 발휘하는 데 지장이 생겼다는 원망이 컸다. 또, 독해문항부터 풀라는 안내가 모든 시험실에 동시에 이뤄지지 않아 시험실에 따라서 부여받은 시간이 2분가량 차이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고사장에서 수능을 치른 487명 중 16명이 이듬해 3월 "국가가 주의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1인당 1,000만 원씩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시험의 실시와 대처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객관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정당성을 잃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험 시간이 시험장에 따라 2분가량 차이가 난 데에 대해선 "급박하게 의사를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까지 오차 없이 획일적으로 진행하도록 요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어 "듣기평가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고 '수능감독관 유의사항'에는 듣기평가에 문제가 발생하면 독해 문항을 먼저 풀도록 돼 있다"면서 "이 사건처럼 예외적 경우에는 듣기평가를 나중에 실시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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