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칼럼 오늘] '재명이네 마을' 에서는
윤정호 기자 | 2024.07.12 21:53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에 모신 20세기 순교자 상입니다. 거기 독일 목사 디트리히 본회퍼가 있습니다.
"악(惡) 앞에서 침묵하는 것, 그 자체가 악입니다."
독일 개신교회들이 히틀러의 광기에 굴종해 찬양하는 '제국교회'로 전락하던 때였습니다.
그는 기독교를 지키는 '고백교회'를 세워 항쟁하다 사형당했습니다.
그가 말했지요. "미친 운전자가 행인들에게 돌진할 때 목사는, 몸을 던져 운전대를 빼앗아야 한다."
미 의회 메인 홀에 유일하게 모신 여성 정치인, 지네트 랭킨입니다.
동상 좌대에 쓰여 있습니다. '나는 전쟁에 찬성표를 던질 수 없습니다.'
진주만 공습을 당해, 온 미국이 들끓을 때 그는, 대일 선전포고에 단 하나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미국 정치사를 빛낸 역사적 한 표' 입니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안에 유일하게 당내 기권 표를 던졌던 곽상언 의원이 원내부대표에서 물러났습니다.
당 안팎에서 쏟아진 공격과 비난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사위입니다. 이른바 '대변 탄핵'이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해 기권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사위에서 탄핵 사유가 충분히 밝혀지면 최종 표결에서 찬성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법사위 청문회를 아직 열지 않고 있습니다. 곽 의원 판단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방증입니다.
개딸들의 돌팔매질은 오히려 더 격렬해졌습니다. '장인이 왜 부엉이바위에 올라갔는지 곱씹어 보라'는 글까지 올렸습니다.
아무리 정치판에 빠졌기로, 인간으로서 할 말, 못할 말이 있습니다.
시청역 추모 현장에 붙은 이상한 쪽지가 떠오릅니다.
민주당은 곽 의원에게 주의 조치를 내려 불난 데 부채질을 했습니다. '당론에 대한 인지 부족' 이랍니다.
그런 지도부가 '민주주의와 양심의 자유에 대한 인지 부재' 이겠지요.
랭킨 의원은 온갖 비난과 공격이 쏟아지자 말했습니다. "민주주의란, 만장일치가 있어서는 안 되는 정치제도입니다." 그 명언이, 소나기가 대지를 식히며 몰고 오는 상쾌한 흙냄새 같습니다.
지금 민주당에는 온통 물큰한 장맛비 물비린내만 질펀합니다.
7월 12일 앵커칼럼 오늘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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