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돕는 '우렁각시'인줄 알았던 왕우렁이 배신…"어린 모까지 다 먹어"
김태준 기자 | 2024.08.05 08:37
[앵커]
벼를 재배하는 '친환경 농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왕우렁이를 논에 풀어 잡초를 제거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효과적인 친환경 농법으로 인기가 높았는데, 올해는 오히려 농사를 망치는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인지, 김태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창 모가 빽빽하게 자라나야 하는 논 곳곳이 흙 바닥을 보이며 파여있습니다.
논바닥에는 우렁이들이 모여있고 벼 줄기에는 붉은 알도 보입니다.
물길 앞을 손으로 한 번 퍼 봤는데 양손 가득 우렁이가 잡혀 올라옵니다.
친환경 농법으로 논에 뿌려진 왕우렁이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어린 모까지 먹어 치우는 겁니다.
김수경 / 전남 해남군
"우렁이들이 일단 (모를) 다 먹어요. 한 다섯 번 다시 모내기를 다시 했거든요. 그러다가 도저히 더 이상 구할 모가 없어서 모내기를 안 하고..."
늘어난 우렁이 탓에 전남 9개 시군에서만 축구장 7천개 크기의 논이 피해를 봤습니다.
이렇게 우렁이가 애물단지로 변한 건 기후변화 때문. 실제 지난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광주·전남 평균 기온은 5.1도로 역대 겨울 기온 중 가장 따뜻하다 보니 개체 수가 지나치게 늘어난 겁니다.
전남도청 관계자
"(겨울) 날씨가 따뜻하다 보니까 이게 지금 월동이 된 겁니다. 원래는 죽어야 맞습니다. 그런 사유로 인해서 올해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미 40억 원을 투입해 우렁이를 보급했던 전라남도는 우렁이 피해가 확산하자, 9억 원을 들여 우렁이 퇴치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TV조선 김태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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