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리스, 갑자기 흑인됐다"…인종차별 발언에 공화당서도"악몽"
이정민 기자 | 2024.08.05 09:25
현지시간 3일 뉴욕타임스(NYT)은 최근 트럼트 전 대통령의 인종 정체성 발언을 두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불필요하고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행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몇년 전 갑자기 흑인이 됐다고 주장한 데 이어, 다음날 트루스소셜에 인도 전통의상을 입은 해리스의 사진을 올리며 "인도 혈통에 대한 당신의 우정과 사랑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고 조롱했다.
첫 여성 대통령이자 인도계 흑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 정체성' 문제를 거듭 지적한 것이다.
오랜 공화당 전략가인 데이비드 코첼은 "왜 인종에 대한 질문으로 복잡하게 만들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바이든 경제 정책과 국경 문제로도 승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불법 이민과 인플레이션을 부각해 해리스 부통령을 이긴다는 트럼프 선거팀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8시간 동안 이러한 메시지에서 벗어나 더 익숙한 인신공격의 영역으로 반복적으로 이탈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기도 하다.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와 인도 이민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흑인 명문대학인 하워드대를 나왔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의 새로운 버서리즘(Trump's new birtherism)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의 이번 공격이 "이미 박빙의 레이스로 마음이 어지러운 공화당원들에게는 악몽(nightmare)"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발언이 부동층의 마음을 떠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서리즘'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을 지칭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부상은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전 대통령을 적법한 지위에서 끌어내리려는 수년간의 운동과 함께 시작됐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악시오스는 공화당원들이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 정체성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이 부동층을 떨어져 나가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CNN에 따르면 공화당의 케빈 크레이머(노스다코타) 상원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 정체성을 문제 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풍자'라고 일축하면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현명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인종 문제를 건드렸다가 역풍을 맞을거란 우려도 커졌다. 2024년 기준 미국인 12% 이상이 다인종인만큼 트럼프 발언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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