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칼럼 오늘] 받고 싶지 않은 선물

윤정호 기자 | 2024.08.12 21:51

"역사는 2015년 8월 20일을, 결백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날로 기록할 것입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대법원이 자신의 2년 형을 확정한 날도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사법 정의가 죽었다'며 상복 차림에 백합꽃과 성경을 들고 수감됐습니다. 한명숙 사건은, 뇌물 수표 1억 원이 여동생 전세 자금으로 쓰인 명백한 증거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의와 진실에 대한 유죄 판결' 이라고 했던 당시 문재인 대표는 집권한 뒤 그를 복권시켰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 지사의 '드루킹 사건' 특검 출석 역시 무슨 출정식 같았습니다. 노란 바람개비를 흔드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대법 판결 후에도 결백을 외쳤지요.

"진실이 바뀔 수는 없습니다!"

사면을 받아 출소할 때도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그가 복권 대상에 오르면서, 전에 볼 수 없던 정치적 파문이 이리저리 번지고 있습니다. 여당 대표가 반대하고 나선 것부터 드문 일입니다.

'김 전 지사가 반성하지 않는다'는 한동훈 대표의 이의에, 대통령실은 원론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몇몇 의원이 찬반을 밝혔지만 정작 국민의힘 공식 입장은 없습니다. 친한 친윤 사이 갈등이 느껴집니다.

"사면 때는 왜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당 안팎 지적에, 한 대표는 "그때도 반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직은 서로 조심하는 듯하지만 대통령과 한 대표의 새로운 충돌로 발화하면 불길을 걷잡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한 전 총리 복권 때와 달리, 민주당 내부 반응도 야릇하게 엇갈립니다. 친문계는 내심 반기고, 친명계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합니다. 이재명 전 대표 일극 체제를 흔드는 대선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실은 부인하고 이 전 대표는 "김 전 지사 복권을 거듭 요청했다"고 하는 것도 미묘합니다. 여야 없이 저마다 정치공학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쁩니다. 그 씁쓸한 풍경을 보며, 김 전 지사가 자신의 사면을 깎아내렸던 말이 새삼스럽게 들립니다.

"통합은 이런 방식으로, 일방통행이나 우격다짐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8월 12일 앵커칼럼 오늘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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