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니] '의료진 블랙리스트'…작성자 어떤 처벌받나

김자민 기자 | 2024.09.10 21:14

[앵커]
번아웃 위기에도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응급실 블랙리스트' 관련 용의자들이 경찰에 잡혔습니다. 이들은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을 조롱하며 신상정보를 무차별 유포했는데, 어떤 처벌이 가능한지 따져보겠습니다.

김자민 기자, 의사 블랙리스트 사이트에 어떤 내용이 올라와 있는 겁니까?

[기자]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이 달린 이 사이트는 일반인도 주소를 열면 열람할 수 있는데요.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복귀 전공의와 근무 중인 전임의, 학교로 돌아간 의대생 등의 개인정보가 무작위로 올라와 있습니다. 심지어 가족의 신상까지 공개돼 있습니다. 작성자는 살인과, 성추행, 불륜 등의 제보를 구하기도 하는데요. 실제 이 사이트에는 불륜이 의심된다, 미인계로 뽑혀 교수님과 연애했다 등 확인되지 않은 악의적인 평가가 수두룩합니다.

[앵커]
이번에는 추석에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들을 부역자라며 명단에 추가했다는 거죠?

[기자]
전국 187개 수련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일부 의사들의 이름이 공개됐고 응급실에 지원을 나온 군의관들 이름도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께 감사와 응원을 드린다고 썼지만 응급실 근무자들을 조롱하고 낙인찍기 위해 올린 글로 보입니다.

[앵커]
작성자들 역시 의사들로 추정되는데 경찰이 오늘 용의자들을 특정했다고요?

[기자]
용의자 2명 가운데 1명은 검찰에 송치됐고 1명은 아직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또 3명을 추가로 입건해 수사 중입니다. 경찰은 의료공백 사태 이후 일어난 블랙리스트 작성, 유포와 관련해 현재까지 42건을 수사했고 32명을 송치했습니다.

[앵커]
​​​​​​​작성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건가요?

[기자]
​​​​​​​경찰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함께 스토킹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배포하고 게시하는 행위도 스토킹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까지 적용될 경우 처벌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경진 / 가천대 법학과 교수
"상대방의 어떤 개인 정보나 개인 위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서 제3자한테 제공하거나 배포 게시하는 행위도 이제는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사항이 증명이 된다면 스토킹 처벌법에 따른 처벌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앵커]
​​​​​​​의료대란 사태 초기부터 블랙리스트 논란이 여러번 있었잖아요,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기자]
​​​​​​​지난 3월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병원에 남은 전공의 명단이 처음 올라왔고, 이후 텔레그램과 아키이브 등을 통해 블랙리스트가 공유됐습니다. 내용은 앞서 보신 것처럼 심각한 수준입니다. 일각에선 짧게는 예과와 본과 6년, 길게는 전공의 기간까지 10년 이상 관계가 이어지는 의사 사회 특유의 폐쇄성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정형준 /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의사 사회의 기본적인 교육 프로그램 자체가 도재 기술 의학 프로그램이거든요. 내가 윗년차한테 배워야 되고 그 윗년차한테 배워야 되고 이게 위계가 있는 거죠. 공부도 잘해야 돼, 선후배 관계도 좋아야 돼, 그런데서 튀는 사람이었어도 안 돼 이런 게 이 안에 이상한 문화가 되는 거죠."

[앵커]
​​​​​​​초기에는 암호화된 방법을 써서 범인을 잡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도 많았는데 일단 용의자를 특정했으니, 철저하게 조사해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겠습니다. 김자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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