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칼럼 오늘] 추석, 고단한 삶을 보듬다

윤정호 기자 | 2024.09.16 21:47

"새벽에 일어나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가 보세. 구둣방 할아범 벌써…"

도시의 하루를 여는 새벽길을 비롯해 김민기는 삶의 갈림길을 여럿 노래했습니다. 

"내 고향 가는 길, 뜨거운 남도 길. 저편 둑 위로 기차는 가고…" 

늙으신 부모님을 두고 고향을 등지는 길은, 막막함과 안타까움에 멀기만 합니다. 

"나 떠나면 누가 할까. 늙으신 부모 모실까. 서울로 가는 길이…"

고향을 떠나온 도회지. 고단한 삶에 치여, 가녀린 가을 코스모스처럼 휘청입니다. 설움 쏟아낼 곳은 고향 집밖에 없습니다.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아르바이트생 다섯 중 넷이 올 추석 연휴에도 일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받는 돈이 최저 시급보다 30퍼센트쯤 많아서 귀성도 제쳐두는 예가 많다고 합니다.

고향에 가는 발걸음도 그리 가벼워 보이지 않습니다. 직장인 열에 넷이 가장 부담스러운 비용으로 부모님 용돈을 꼽았습니다. 이어 선물, 이동 경비, 조카 용돈 순입니다. '부담 없다'는 답은 열에 둘이 채 안 됩니다.

추석이면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 내거는 플래카드들입니다. 그런데 그들만 스스로 '명절 휴가비'라는 떡값을 책정해 4백25만 원씩 풍성하게 챙겼습니다. 비정규직 청년 고 김용균이 벌어보려던 월급 2백만 원의 두 배가 넘습니다. 제대로 한 일이 뭐가 있다고 꼬박꼬박 타 내는 건가요. 

미당이 추석에 꾸짖었습니다.

'이겼다는 자들이여. 이긴 기쁨만에 취하들 말고, 져서 우는 자들의 설움을 같이 서러워할 줄 알라.' 미당은 한가위란 '진 사람들'의 것 이라고 했습니다. '한가윗날 달빛은 다 너희들 편이어니…'

귀성 행렬도 잦아든 이 밤, 부모 자식이 둘러앉아 사는 얘기 도란도란 주고받을 밤입니다.

'나가서 고달팠노라, 얻어온 이야기를 닭이 울도록 아버지께 이르노니. 어머니는 눈물이 고이신 대로 듣고… 속살대는 이 시골 밤…'

자식은 부모님을 뵙고 위로하고, 부모님은 자식을 품어 설움을 씻어주는 한가위입니다.

9월 16일 앵커칼럼 오늘 '추석, 고단한 삶을 보듬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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