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Talk] 정치권에 퍼진 '가족리스크' 속 이재명 아들 공개, 왜?

최지원 기자 | 2024.09.17 18:20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두 아들과 성묘하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다. 특히 두 아들의 얼굴이 대중에 드러난 건 지난 2017년 대선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자녀 문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경기지사 시절 수행비서였던 경기도청 7급 공무원이 근무 시간 아들의 병원 퇴원 수속을 대리로 처리해 준 게 문제가 됐다.

장남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이용한 것과 스스로 강남 지역 여러 오프라인 도박장을 다녔다는 인증글을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는 이를 인정하고 "부모로서 자식 가르침이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향후 문제가 있다면 법적 책임도 지겠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당시 두 아들은 이 대표 선거운동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7년 대선 땐 무대에 네 가족이 나란히 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 대표의 명절 인사는 주로 형식적인 것들이 많았다. 당 대표실, 그보다 전엔 경기도청, 성남시청에서 사전 촬영한 영상 메시지를 띄우는 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명절은 달랐다. 공교롭게도 모두 일신상의 고비를 겪은 직후였다.

올 초 피습 직후 맞은 설 명절 때 이 대표는 부모님과 함께 찍은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공개했다. "생사의 문턱을 잠시 헤매서인지 의미가 남다르다"고도 했다.

지난해 추석은 법원에서 자신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였다. 이 대표는 "고비마다 함께해 줘 감사하다"는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추석 인사를 채웠다.

이 대표에게 이번 추석은 24년 만에 민주당 대표 연임에 성공하고 처음 맞는 명절이다. 동시에 오랜만에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맞이한 연휴이기도 하다.

이 대표 주변에선 '특히 이 대표가 피습 직후 달라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사실상 덤으로 사는 거란 생각으로 매사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중과의 '격의 없는 소통'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이 대표가 유일하게 거리를 둬온 자녀 일신 공개까지 나선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치권은 지금 '가족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의 주가 조작 의혹 등은 국회 특검법 통과가 코앞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전 사위의 특혜 채용 의혹과 부인 김정숙 여사의 샤넬 재킷 의혹 등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부인 정경심 교수가 자녀 입시비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자신의 사법리스크 1심 선고를 앞둔 것은 물론, 부인 김혜경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최근 피고인 신문을 받았다. 하지만 이 모두를 '김 여사는 소환도 안 하면서 야당 탄압 수사를 벌인다'는 논리로 방어하고 있다.

'절대적 선'은 정치권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누가 더 큰 잘못이냐를 따지는 '상대적 악'만 남았다.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각종 수사는 '솜방망이 처분을 받는 김 여사'란 프레임과 함께 저울대에 오른다. 그 결과는 대부분 '용산에 비하면 탄압이고 보복'인 것으로 귀결된다. 지난 총선 이후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사법리스크 하나 정도 있는 게 오히려 정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였다.

말도 탈도 많았던 이 대표의 자녀들이 깜짝 공개된 게 이런 맥락과 연관됐다고 보는 건 무리한 시각일 수 있다. 실제 이 대표 측에서도 "명절 동정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 대표 마음가짐 하나만큼은 이전과는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피습 이후 달라진 자신이든, 용산에 비해 당당한 자신이든.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대표는 SNS 게재 4시간여 만에 자녀 사진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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