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페이퍼컴퍼니로 주문받아 '삐삐 폭탄' 직접 제조"

지정용 기자 | 2024.09.19 14:26

레바논 전역에서 폭발한 무선호출기(삐삐)는 이스라엘이 직접 생산해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공급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년 전부터 유럽에 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고 기회를 엿보다가 처음부터 폭발물과 기폭장치가 삽입된 '특수제품' 수천 개를 헤즈볼라에 파는데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전현직 미국 국방·정보 당국자 12명을 취재한 결과 이번 폭발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작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폭발한 무선호출기의 잔해에는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의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회사가 생산한 무선호출기가 헤즈볼라에 전달되는 과정에 누군가 폭발물과 기폭장치를 심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골드아폴로의 창립자인 쉬칭광 회장은 "해당 기기를 제조한 건 헝가리 업체인 BAC 컨설팅"이라면서 "골드아폴로는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자사 상표 사용을 허락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도 해당 무선호출기가 대만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BAC 컨설팅 역시 문제의 무선호출기를 만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회사를 설립한 크리스티나 바르소니-아르시디아코노 CEO는 NBC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골드아폴로와 협력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난 무선호출기를 만들지 않는다. 나는 중계인(intermediate)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등 영국 명문대학에서 수학한 학자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후변화와 입자물리학, 세계 경제에 대한 광범위한 전문성을 지닌 학자가 레바논에 대만제 무선호출기를 어떻게, 왜 팔게 됐는지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헝가리 정부는 BAC 컨설팅이 무역중개회사일 뿐 자국 내 제조시설이 없다며 "문제의 기기들이 헝가리에 있었던 적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NYT는 익명의 정보당국자들을 인용, "BAC 컨설팅은 이스라엘이 위장을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며 무선호출기를 만든 건 이스라엘 정보당국"이라고 보도했다.

또 BAC 컨설팅 외에도 최소 2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추가로 설립했고, 2022년 여름에도 이미 폭발물이 숨겨진 무선호출기가 헤즈볼라 측에 소량 공급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레바논 당국에 따르면 삐삐 폭발 다음 날인 18일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 등지에서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가 연쇄 폭발하며 추가로 20명이 숨지고 450명 이상이 다쳤다.

이스라엘 측이 무선호출기 외의 다른 통신기기에도 비슷한 작전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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