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칼럼 오늘] 망각의 강, 기억의 강

윤정호 기자 | 2024.09.23 21:48

제우스와 사이에 아홉 딸, 예술과 학문의 '뮤즈'를 둔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입니다.

오른손에 영혼의 성배를, 왼손에 기억의 등잔을 들고 있습니다.

죽은 이가 라테 강을 마시면 기억을 잃고, 므네모시네 강을 마시면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하지요.

통도사 보물 대광명전 기둥머리 위에서 발견된 물감 그릇의 주인은 어느 강물을 마셨던 걸까요.

2백65년 전 단청을 그리던 스님이 두고 내려온 것으로 짐작한답니다.

그렇듯 기억은 망각의 강에서 불쑥 떠오르곤 합니다.

'꽃피는 것도, 꽃 지는 것도 잊는 일. 나무 둥치에 파넣었으나, 아슴아슴 있는 일.' '잊고 싶은 것만큼 기억에 강하게 남는 것도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이 11월 15일로 잡혔습니다.

일곱 개 사건, 네 개 재판 중에 처음으로 이 대표의 정치 운명이 시험대에 섭니다.

'기억'이라는 시험대입니다.

이 대표는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이었던 고 김문기 씨를 몰랐다고 합니다.

김 씨 유족과 검찰은 모를 리가 없다고 합니다. 김 씨는 대장동 사건 관련 조사를 받다 사망하기 앞서 편지를 남겼습니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자고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도 반영되지 않았다. 너무나 억울하다."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이 대표 재판 사건 모두가 문재인 정부 때 불거졌습니다.

김 씨도 문재인 정부 검찰이 조사하다 비극이 터졌습니다.

반면 이 대표는 자신을 김구, 조봉암에 비유했습니다.

"대통령의 정적이라고 해서, 사건을 조작해 정치적으로 죽이려 한다."

민주당은 검찰을 겨냥한 '법 왜곡죄'를 벼르고 있습니다.

강성 지지층은 담당 판사들까지 '판레기(판사+쓰레기)'라고 부르며 탄핵을 외쳤습니다.

오는 30일 위증 교사 사건 결심 공판도 예정돼 있어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핍박 받는 쓰레기들을 일일이 호명한 시인이 생각납니다.

'전 세계의 쓰레기여, 단결하라.' 로마의 현인(賢人)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인간의 삶을 걱정했습니다.

'운명은 예측할 수 없고, 명성은 위태롭다. 남는 것은 망각이다.'

9월 23일 앵커칼럼 오늘 '망각의 강, 기억의 강'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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