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재야' 장기표, 별세…장례위원장에 김부겸·이부영·김정남

류병수 기자 | 2024.09.24 13:13

‘재야 운동권 대부’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암 투병 끝에 22일 별세했다. 향년 79세.

유족 등에 따르면 장 원장은 지난 22일 오전 1시35분쯤 입원 중이던 경기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장 원장은 담낭암으로 투병해왔다.

장 원장은 지난 7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병원에서 진찰받은 결과 담낭암 말기에 암이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돼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당혹스럽지만 살 만큼 살았고, 할 만큼 했으며, 또 이룰 만큼 이루었으니 아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전했다.

194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마산공고를 졸업하고 1966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자살을 접하면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한 그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와 한동안 서울 도봉구 쌍문동 등에서 지내며 노동운동을 함께하기도 했다.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 민청학련 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민중당 사건 등으로 9년간 수감, 12년간 수배 생활을 했다.

장 원장은 민주화 이후에는 재야운동에 한계를 느끼고 현실 정치에 나섰다. 1989년 민중당 창당에 앞장서면서 진보정당 운동을 펼쳤다. 개혁신당, 한국사회민주당, 녹색사민당, 새정치연대 등을 창당했다.

억대의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파렴치한 짓”이라며 거부한 일화가 유명하다.

서울법대 선후배로 장기표와 민주화 투쟁을 했던 고(故) 조영래 변호사는 “세상이 다 취해도 홀로 깨어 있으려는 그 지나친 순수함이 그의 병이요, 죄”라고 했다.

전태일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는 생전에 “기표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진실하고 바르게 살려는 첫 사람이자 나에게는 영원한 스승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 운은 없었다.

1992년 14대 총선을 시작으로 15·16대 총선, 2002년 재·보궐 선거, 17·19·21대 총선까지 총 7차례 선거에서 모두 떨어졌다. 21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으로 옮겨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대통령 선거도 3차례 나와 떨어졌다.

한평생 노동·시민 운동에 헌신했으나 결국 제도권 정계로는 진출하지 못해 ‘영원한 재야’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에는 신문명정책연구원을 만들어 저술과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 등에 집중했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로도 활동했다.

장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으로 치러진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영원한 재야'로 불린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의 장례위원장을 맡게 됐다.

장기표 선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회장 장례위원회는 23일 이 같은 장례위원회 구성 내용을 밝혔다.

김 전 총리는 고인과 함께 재야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으며 최근까지도 고인과 깊은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장은 1970∼1980년대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했으며, 장기표 원장,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함께 재야 3인방으로 불렸다.

김 전 수석은 장 원장과 함께 '전태일 평전' 제작에 관여하는 등 1960년대부터 재야운동권에서 고인과 인연을 맺었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호상을 맡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다.

이창복 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상임의장, 이우재 전 민중당 상임대표, 원학 전 조계종 총무부장은 위원회 고문을 맡는다.

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문국주 6월 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으로 구성됐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최장집 고려대 명예 교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전태일 열사 유족 등 정계와 노동계 인사들도 주요 장례위원으로 참석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장 선생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으로 우리 시대를 지키신 진정한 귀감이셨다. 선생의 뜻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밝혔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무하씨와 딸 하원, 보원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26일. (02)207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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