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사] "한글로 쓰세요"

이채림 기자 | 2024.09.28 19:28

앵커>
지나칠 수 있는 정치권 뒷얘기를 정치부 현장 기자들이 짚어드립니다.
여의도와 용산 사이, '여용사' 시간입니다.
정치부 이채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떤 뒷얘기부터 할까요?

기자>
첫 번째 주제는 '한글로 쓰세요'입니다.

앵커>
국회 본회의장이네요, 뭐를 한글로 쓰라는 겁니까?

기자>
그제 본회의 직전에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추경호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신신당부한 내용입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6개 법안이 재표결에 부쳐졌는데, 이런 건 주로 무기명 수기 표결을 하게 됩니다. '가(可)'나 '부(否)'를 한자로도 쓸 수 있는데요. '부' 한자를 잘못쓴 표들이 종종 나오곤 하죠. 지난 7월 해병대원 특검법 재표결에서도 이 不(부)자로 잘못 쓴 무효표가 있었던 만큼, 차라리 한글로 쓰라고 했다는 겁니다. 괜한 무효표가 나올 경우 당론 대오에서 이탈한 의원이 있는 거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경계한 듯합니다.

앵커>
수기투표의 경우 조금만 잘 못 써도 무효표가 되니까, 이런 일들이 자꾸 생기는 것 같아요.

기자>
지난해 2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상정됐을 때, 개표에 1시간 30분이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현장음]
"왜 여기서 감표위원들이 악필 감정을 합니까?"

[김진표/당시 국회의장 (2023년 2월)]
"부냐 무효냐의 판가름이 어려운 그런 표기를 했는데... 깨끗하게 '부'자를 썼다고 볼수도 없고 아니면 무효로 볼수도 있고"

부를 흘려쓴 듯한 이 표는 결국 한장은 부결, 한장은 무효 처리 됐는데, 이외에도 괄호를 치거나 또 가 대신 '찬'을 적어 무효가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앵커>
왜 이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걸까요?

기자>
대부분 투표를 전자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22대 국회 때 처음 들어온 초선의원들의 경우 이번이 두 번째 수기투표였는데요. 한 의원은 "순간적으로 재의요구에 찬성하니 '가'로 표결할지, 법안에 반대하니 '부'로 표기할지 헷갈리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앵커>
수기 투표를 없애도 되지 않나요.

기자>
네, 본회의 투표를 모두 전자투표로 하자는 법안도 발의돼있긴 합니다만, 기표 전 국회사무처와 각당에서 자세한 안내를 하는데도 돼있는데도 굳이 이런 사례들이 나오는 건 단순 실수가 아니라, 당론과 소신 사이 '의도'적 무효 선택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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