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니] 이창용이 쏘아올린 '지역 비례 선발제'…현실성 있나?

김창섭 기자 | 2024.09.29 19:29

[앵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방법으로, 파격적인 제안을 했습니다. 강남 지역 학생들의 상위권 대학 입학을 제한해야한다는 건데요, 어떤 근거로 내놓은 주장인지, 현실성은 있는 건지, 김창섭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김 기자, 이 총재가 주장한 집값 해법, 구체적인 내용이 뭡니까?

[기자]
네. 이 총재는 지난 24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강남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을 휩쓸고 있다"며 "교육열이 집값과 대출을 끌어올리고 지역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게 하는 수준의 극단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대학입시에서 지역 비례 선발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었는데, 이 총재가 이걸 다시 한번 꺼내 든 셈입니다. 당시 이 총재 발언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8월27일)
"강남으로 오고, 주택 구입이 어려우면 전세라도 해서 학원을 다니려고 합니다.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고착시키고…."

[앵커]
서울 상위권 대학에 강남 출신 학생들이 많을 거라 으레 짐작은 되는데, 실제 수치로도 그렇습니까?

[기자]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강남 3구 출신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의 4%에 불과한데도, 서울대 입학 비율은 12%에 달했습니다. 서울대 진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이 강남 3구 출신인 겁니다. 한국은행은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 거주지역 효과가 서울대 진학율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서울대는 이미 지역 비례 선발제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서울대는 2005년부터 전체 모집정원의 약 20%를 '지역균형전형'으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전국 고교 학교장에게 최대 2명의 학생을 추천받아 생활기록부 등으로 평가한 뒤 수능 최저 학력 기준만 넘으면 선발하는 제돕니다. 이 제도를 서울 주요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입학 정원 대부분에 확대 적용하자는 겁니다.

[앵커]
​​​​​​​그렇게 하면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네. 한국은행은 무엇보다 입시경쟁이 초래했던 수도권 인구집중, 집값 상승, 저출산, 만혼 문제 등이 완화될 걸로 보고 있습니다. 또 잠재력이 미처 꽃피지 못한 지역 인재, 이른바 '잃어버린 인재'를 발굴할 수 있다고도 했고요. 다양한 학생들이 모이면서 학생들의 창의성, 포용성도 커지는 효과도 있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좋은 방향으로 갔을 때의 효과일테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또 오히려 부작용은 없는지, 이런 부분이 관건이겠죠?

[기자]
사실 지역 비례 선발제도를 제안한 건 한은이 처음은 아닙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지역할당제를 제안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교수들의 반발때문에 지역균형 선발제로 절충했던 겁니다. 역차별 논란도 불거질 수 있습니다.

안선회 / 중부대 사범학부 교수
"헌법에도 위배되는 것이고, 학생의 그런 기본적인 권리 이것을 오히려 제한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앵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공감은 하지만 당국 입장에선 급진적이란 평가를 했는데, 이참에 공론의 장을 열어보는 것도 어떨까 싶스빈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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