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이어 후티 반군…이스라엘 '폭주'에 출렁이는 중동

황정민 기자 | 2024.09.30 07:40

[앵커]
이스라엘이 이슬람 무장정파 해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한 데 이어 예멘의 후티 반군에 해서도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중동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국제부 황정민 기자과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스라엘 헤즈볼라에 이어 예멘 후티 반군까지 공격했습니다. 왜 이렇게 전선을 확대하는 겁니까?

[기자]
아시다시피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부터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하마스 최고 정치 지도자 하니예를 원격 폭발물로 암살하는 등 사실상 하마스를 와해 일보직전까지 몰아붙엿는데, 최근에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상대로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지난 27일에는 레바논 남부에 공습을 가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해 지도부 20명을 제거했습니다. 두달 만에 사실상 헤즈볼라 최고 지도부를 궤멸시킨 건데, 여기에 이어 예멘 후티 반군에까지 공격을 시작한 겁니다. 이들은 이란을 중심으로 한 소위 '저항의 축'으로 꼽히는 무장 단체들입니다. 저항의 축은 지난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면전이 시작되자 이스라엘에 공격을 해왔는데,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에 저항의 축을 상대로 강력한 보복 공격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레바논 지상군 투입 등 지상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스라엘은 현재 레바논 국경에 군 병력과 탱크를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 이스라엘 총리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도 공격할 겁니다. 이란과 중동에는 이스라엘의 팔이 닿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18년 전에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하자 구출작전을 한다며 레바논과 지상전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한달 가까이 교전했지만 작전에 실패해서 국내외 비난이 컸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모습입니다. 최근 열흘사이 레바논 남부 등지에 맹렬한 포격을 가해 헤즈볼라 로켓과 미사일 발사대, 무기 창고와 보급시설 등을 대거 파괴했는데요. 지상전 투입을 위해 착실한 준비를 해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아직 가자지구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저항의 축'은 이스라엘의 공세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저항의 축은 당연히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복을 천명했습니다. 무장 단체 후티는 "나스랄라의 후계자들이 성스러운 전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보복을 다짐했습니다. 1980년대 중동의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을 결집해 저항의 축을 결성해온 이란도 그동안 이스라엘에 대해 보복을 공언했습니다. 이란 최정예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의 레바논 파병 논의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대응 수위를 조절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란이 대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하지 않으면 저항의 축에 대한 이란의 지도력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란군 파병이 실현되면 이란과 이스라엘은 전면전 초읽기에 들어가고, 이 경우 중동 정세는 겉잡을 수 없는 파국에 접어들 수 있습니다.

[앵커]
이스라엘이 말그대로 폭주 수준으로 군사작전을 벌이는데, 미국은 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겁니까?

[기자]
미국 정부도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자 미군 추가 배치를 준비하는 등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존 커비 /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금 이 지역(중동)에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우발 사태에 대비해 우리를 도울 추가 병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임기말 레임덕에 빠지면서 중동의 충돌 상황에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바이든은 동맹국으로 이스라엘에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제거 작전 계획 등을 미국에 사전 공유하지 않는 등 제각각의 길을 걷고 있는 것 아니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가자지구 전쟁 발발 1주년을 앞두고 이스라엘의 폭주기관차처럼 적을 몰아붙이고 있는데, 중동에서 전쟁이 더 확대될지 당분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겠습니다. 황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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