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칼럼 오늘] 폭풍의 시월

윤정호 기자 | 2024.10.01 21:52

포르투갈 나자레 해변에 세계에서 가장 크고 거친 파도가 몰아칩니다. 깊고 긴 해저 협곡이 파도를 30미터까지 밀어 올립니다.

내로라하는 서퍼들이 목숨을 내놓고 도전합니다. 영화 '폭풍 속으로'도 그런 젊음들의 이야기입니다.

"뭘 찾는 사람인데요?" "파도요. 완벽한 파도요. 당신보다 더 미친 사람이죠."

이 영화도 영어 제목이 '포인트 브레이크(Point Break)' 입니다. 파도가 해안에 비스듬히 밀려와 뒤집히고 부서지기 시작하는 순간을 뜻합니다.

파도의 터널을 뚫고 가느냐, 아니면 파도에 매몰돼 스러지느냐는 결정적 순간입니다.

지금 우리 정국이 그렇습니다. 한껏 덩치를 부풀린 대결과 증오의 파도가 곧 뒤집혀 덮칠 듯합니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맞서는 '격랑의 시월'이 시작됐습니다.

이 대표 위증 교사 사건이 결심구형을 마치고 선고일이 11월 25일로 잡혔습니다. 선거법 선고 열흘 뒤입니다. 다른 재판들은 대선 전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1심 선고가 다가온 두 재판이 이 대표의 정치 운명은 물론 정국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입니다.

위증 교사 사건은 법원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따로 밝혔지요.

"혐의는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고형을 구형한 검찰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민과 역사의 심판도 뒤따를 것이다."

김 여사 이슈를 고리로 한 야권 단체들의 대통령 퇴진 집회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이어간다는 탄핵 집회의 향배 역시 11월 선고가 좌우할 전망입니다.

갈수록 커가는 김 여사 리스크는 여론 흐름에 중대한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대통령이 특검법에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게 눈길을 끕니다.

새 특검법은 사실상 야당이 특별검사를 정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도 법리의 옳고 그름보다, 민심을 누그러뜨리려는 가시적 변화가 훨씬 절박합니다.

이 파도를 슬기롭게 뚫지 못하면 나라가 자칫, 혼돈의 폭풍 속으로 휩쓸릴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이 대통령에게 달렸습니다.

10월 1일 앵커칼럼 오늘 '폭풍의 시월'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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