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에 출렁이는 유가…OPEC+, 완충제 될까

송무빈 기자 | 2024.10.03 13:59

이란과 이스라엘 간 확전 우려로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일정 부분 유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27달러(0.39%) 오른 배럴당 70.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34달러(0.46%) 상승한 배럴당 73.90달러였다.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최근 헤즈볼라(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한 데 이어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약 180발을 쏘면서 확전 우려가 고조된 상태다.

주요 산유국이자 지역 강호인 이란이 직접 참전할 경우 원유 공급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동은 세계 원유 공급의 3분의 1가량을 담당하며, 이란은 지난달 하루 3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고 하루 수출량은 170만 배럴 정도다.

인명 피해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이란은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없으면 보복 조치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보복 의사를 천명한 이스라엘의 향후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다만 WTI 가격은 전날 2.4% 오른 데 이어 이날 장 중 한때 72달러를 상회했다가 상승 폭을 상당 부분 반납하는 등 상승 폭은 제한적이었다. 브렌트유 가격도 장중 76달러 위로 올라갔다가 상승 폭을 줄였다.

지난달 27일까지 일주일간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가 389만 배럴 급증한 4억1천700만 배럴을 기록했다는 미국의 에너지정보청(EIA) 발표 이후 공급 불안이 일정 부분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OPEC+는 이날 회의에서 일부 원유 공급 과잉 징후에도 불구하고 연말 증산 계획을 그대로 유지, 12월부터 1년간 하루 18만 배럴(bpd)을 증산하기로 했다.

OPEC+의 증산 예고와 미국의 원유 공급 증가, 중국의 수요 부진 여파 속에 3분기 유가는 16% 하락한 바 있다.

미즈호증권 미국지사의 로버트 야거는 "OPEC+에 580만 배럴의 유휴 생산능력이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인프라를 공격해도 그에 따른 틈을 메울 충분한 원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300만 배럴, 아랍에미리트(UAE)는 하루 140만 배럴을 증산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류가 막힐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의 원유 수출도 영향을 받게 되고, 이란이 인접 산유국을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확전 시 실제 OPEC이 증산할 수 있는 양이 추정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면서, 서방 국가들이 전략비축유를 써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RBC캐피털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전면전 위험이 고조될 경우 전쟁에 따른 피해 비용을 국제화하기 위해 이란과 친이란 세력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국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친이란 예멘 반군이 무인기로 사우디의 주요 석유 시설을 공습, 일시적으로 사우디 원유 생산의 50%가 차질을 빚은 바 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이 지난주 콘퍼런스콜에서 OPEC+ 회원국들이 현행 감산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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