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칼럼 오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윤정호 기자 | 2024.10.25 21:50
소년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낡고 고장 난 장난감을 고쳐보려 애씁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야. 쓸모가 없어지면 망가진 기계 신세이지."
장난감 가게 노인이 소년한테서, 잃어버린 예술가의 꿈을 되살립니다.
"저와 함께 꿈을 꿉시다."
여든네 살 케냐 할아버지가 꿈을 말합니다.
"계속 공부해서 수의사가 되고 싶소."
선생님이 웃으며 반문합니다.
"수의사라니요? 그러려면 백 살이 되실 텐데요?"
"내 귀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공부할 거요."
'일흔이라면 허리는 불에 튀긴 새우꼴, 손가락은 갈퀴발, 손등은 기름기 뺀 가죽이 된다. 눈은 정기를 잃은 지 오래, 눈곱 처치를 못한다.'
1950년대 소설에서 묘사한 고희 노인의 평균적 모습입니다. 이제 병을 앓지 않는다면 주변에서 이런 일흔 살 어르신은 찾기 힘듭니다.
요즘엔 노인도 일흔다섯 살 이상을 '상(上)노인', 미만을 '하(下)노인'으로 나누곤 합니다. '경로당 가면 상노인, 카톡창 열면 하노인' 이라는 구별법도 나돕니다.
엊그제 대한노인회도 법적 노인 연령을 일흔다섯까지 올리자고 제안하면서 '상노인'이라는 용어를 썼지요.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활동적인 '하노인'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좀이 쑤시기 마련입니다.
그렇듯 60대 이상 세대에서, 일하는 '실버 취업자'가 둘 중 한 분(47.4%)에 이르렀습니다.
그 바람에 삼각형이던 '취업 연령 피라미드'까지 역삼각형으로 뒤집혀 버렸습니다. '실버 취업자'가 모든 연령대 중에 1위로 나서면서 일으킨 일대 반전입니다.
1982년 6퍼센트로, 20대 4분의1 수준이던 60대 비중이 전체 취업자 4분의1(23.4%)에 육박한 겁니다.
흔히 경비, 청소를 떠올리듯 일자리 품질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취업시장에 머물면서 기술직, 전문직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늙는 것(Growing Old)과 나이 드는 것(Aging)은 다릅니다. 늙음이 생물학적 노화라면, 나이 듦은 지혜로운 숙성입니다. 나라와 사회가 경륜과 슬기의 꽃을 피워 줄수록, 후대의 짐도 덜어줄 수 있을 겁니다.
10월 25일 앵커칼럼 오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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