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Talk] 유튜브 뮤직이 없어지면 멜론으로 돌아갈까

송병철 기자 | 2024.11.06 15:47


유튜브가 유튜브 뮤직을 끼워파는 건 악행인가, 질문은 여기서 시작됐다. 경쟁법에서는 끼워팔기를 금지하고 있다. 과거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팔다 검색 엔진 부문을 회사에서 분리시키라는 기업분할 명령까지 받기도 했다.

독점력이 있는 회사가 물건을 팔면서 다른 비인기 상품도 같이 사라고 강요하는 게 끼워팔기의 개념이다. 유튜브는 동영상 시장에서 독점적 사업자이고, 광고가 없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면 유튜브 뮤직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끼워팔기 혐의가 있다고 보고 제재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데 음원 시장을 들여다보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 몇몇 보인다.
 

 

 끼워팔기 의혹
지난해 2월, 공정위는 구글을 현장 조사했다. 시장 독점력을 이용해서 자사 상품을 끼워팔았다는 혐의였고, 연내 또는 내년 초쯤 최종 결론이 나올 수 있다. 현재 법 위반 판단 근거 등을 담은 심사보고서까지 완성된 상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상품 구독자들이 술렁였다. 무료로 잘 쓰고 있었는데 아예 사라질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이런 내용이 급속도로 퍼지자 공정위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보통 공정위는 출입기자의 기사에 해명자료를 내지만 이례적으로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내용에 대해 자료를 낸 것이다. 핵심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 부분이 문제', '유튜브 뮤직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건 사실이 아님'이라는 2가지였다.
 

 

 공정위 "선택지를 늘려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부분은 간단한다. 현재 '유튜브 프리미엄+유튜브 뮤직' 결합상품과 '유튜브 뮤직' 단독상품이 팔리고 있는데, 왜 유튜브 프리미엄 단독상품은 없냐는 것이다.

지금 유튜브 뮤직이 무료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아니라고도 덧붙인다. 이미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 뮤직의 가격도 포함돼 있고, 이렇게 구독자를 모은 다음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실제로 올해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 상품의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말한 상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스웨덴, 룩셈부르크 등에서는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라는 상품으로 판매된 적이 있다. 가격은 1만 원 정도로 현재 프리미엄 상품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2024년 3월 이후 구글은 세계 어디에서도 이런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정위의 입장처럼 구글이 우리나라에서만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를 내놓을까.
 

 

 유튜브는 경쟁을 해쳤나
또 하나의 문제는 공정한 경쟁이다. 유튜브가 뮤직을 끼워팔기 하는 통에 멜론, 지니뮤직, 플로, 네이버 VIBE 등 토종 음원회사들이 제대로 된 경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미 유튜브 뮤직은 국내 음원 1위 사업자인 멜론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상황이다.

'경쟁'을 보호해야 하는 공정위 입장에선 제재할 근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음원 사업자들도 단독 상품으로만 경쟁하지는 않는다. 이미 이통사의 요금제와 결합하거나 구독상품에 녹아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독점력을 가진 통신사가 없을뿐더러 여러 혜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여지도 적다.

그럼에도 왜 유튜브 뮤직은 시장의 강자가 되었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 뮤직은 다른 시장?
유튜브 뮤직을 써본 사람들은 안다. 1곡만 선택하면 알고리즘이 스스로 취향을 분석해서 내가 좋아할 만한 곡들을 무한으로 골라준다. 사람들이 많이 듣는 곡을 골라달라고 할 수도 있고, 숨겨진 명곡을 찾아달라고 할 수도 있다. 예전처럼 한 곡, 한 곡 골라서 재생목록에 담을 필요가 없어졌고, 귀신같이 골라주는 곡들은 항상 내 취향에 꼭 맞았다.

그렇다고 국내 음원 사업자들도 알고리즘을 도입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지니뮤직도 알고리즘을 활용한 음원 추천을 시도했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또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커버곡, 라이브 음원 등도 기존 음원회사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영역이다. 유튜브 뮤직이 선택을 받은 건 기존 음원회사들과 경쟁에서 우위에 있었다기 보다 다른 시장을 개척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시장이 만들어지는 동안 국내 음원 회사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팬덤 놀이터가 된 음원
아이돌에겐 음원 사이트의 순위가 중요하다. 이게 음악방송 점수에 들어가고 팬덤에게는 훈장 같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연예 기획사들도 좋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공개 시각까지 여기에 맞춘다고 한다.

1~100위를 보면 아이들 노래가 대다수이고, 순위를 내릴수록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발견된다. 알고리즘 검색으로 친다면 '나는 잘 모르지만 요즘 힙하다는 노래'라는 제목에 어울릴 법한 목록이다.

듣고 싶은 노래를 모을 때도 하나하나 선택해서 재생목록을 만들고 집어넣고 해야 한다. 옛날 카세트 테이프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나 덧입히던 세대에겐 무척 편리할지 모르겠으나 나도 모르는 내 취향을 기가 막히게 찾아주는 알고리즘에 비할 바가 못된다.

내 아이돌 노래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무한 스트리밍을 하도록 만든 곳에서 혁신은 있을 리 없었다.
 

 

 스포티파이의 귀환
유튜브 뮤직이라고 영원한 강자는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힘을 못썼던 스포티파이가 귀환했다. 음원을 돈 주고 사 와서 공급하는 기존 음원회사들과 달리 광고를 전제로 한 무료 음원 플랫폼으로 전 세계 음원 시장을 휩쓸었다.

이는 광고비가 음원 구입비보다 더 크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인데, 수익성 맞지 않아 철수했다고 최근 다시 복귀했다. 과거보다 수익성이 나아졌거나 보다 유리한 저작권 계약에 성공했을 수도 있다. 스포티파이는 비용을 이용자에게 부담하게끔 하지 않고 광고나 월 정액제를 통해 음악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배분되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2022년 투자자 데이에서 다니엘 에크는 "우리는 전 세계에서 독특한 크리에이티브 플랫폼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춘 환상적이고 다면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위클리는 매주 새로운 음악을 추천해 주는데, "내 연인보다 내 취향을 더 잘 알고 있다"라는 평을 받는다.

지난달에 스포티파이 앱 신규 설치자가 한 달 전보다 198% 증가한 109명으로 집계됐다. 유튜브 뮤직의 아성에 도전자 모양새다.
 

 


혁신 vs 경쟁음원회사들은 새로운 창조를 거듭하고 있다. 예전같이 노래만 떼와서 파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혁신으로 네 바퀴를 굴려도 명석한 소비자들은 한 치라도 더 진화한 플랫폼으로 갈아탄다.

만약 끼워팔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멜론이 과거와 같이 1위를 수성할 수 있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예상하기 어렵지도 않다. 시장의 변화와 사업자의 전략을 감안하면 경쟁법 이슈는 전체를 포괄하지 못할 수도 있다. 혁신의 대가가 경쟁의 보호로 돌아가 창의 의욕을 저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점 때문에 구글 측의 대응 논리와 반박 카드도 기대가 된다. 마지막 질문을 던져본다.

자, 이제 유튜브 뮤직이 없어져도 멜론으로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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