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칼럼 오늘] 움직이면 죽인다

윤정호 기자 | 2024.11.19 21:51

마닐라 도심 횡단보도를 등지고 3미터 인형이 서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술래, 영희입니다.

빨간불에 건너오는 사람을 돌아봅니다.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합니다.

'멈추랬는데, 움직이면 죽는다.'

"이러다 정말 다 죽어요!"

다시 게임에 나선 기훈이 말려도 소용없습니다. 돈에 홀려 죽는 길로 갑니다. 돈 못지않은 게 권력의 마력입니다.

그러나 열흘 붉은 꽃 없고, 십 년 권세 없지요.

중국 '전범'들이 만주 역 대합실로 끌려갑니다. 누군가를 보더니 서넛이 절을 합니다.

"황상을 뵈옵니다!"

허수아비 황제 푸이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얼른 일으키며 기겁합니다.

"실성했어? 이러다 우리 다 죽어!"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정승이 죽으면 문 앞이 썰렁합니다.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면 죽습니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겁니다."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대표가 첫 사법 관문부터 휘청하자 안달이라도 난 걸까요. 할 소리, 못할 소리를 가리지 못합니다. 패닉에 히스테리 증상으로 착각할 지경입니다.

광신도로 오해할 만한 칭송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사람이야말로 신의 사제요, 신의 종이다.' 거기에 이 대표 사진을 따라 붙였습니다.

그래 놓고는 명상록을 인용했을 뿐이랍니다. 자기가 생각해도 낯이 간지러웠을까요.

영어 원문은 '이러한'이 아니라 '그러한(such)'입니다. 번역본도 '그러한'이거나 생략했습니다. '이러한'은 당연히 바로 아래 이 대표를 가리킵니다.

영화에서 폭군을 제거하러 나선 검투사 사진도 곁들였습니다. 누구를 처단하자는 건가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선 주자의 역학 관계를 상징했던 말이 '주이야박' 입니다. '낮에는 친이, 밤에는 친박.'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 경쟁을 벌일 땐 '주문야안'이라는 말이 나왔지요. 요즘엔 '주윤야한'이 나돕니다.

이 대표에게 또 유죄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단일 대오를 외치며 충성하고 엄호해도 대안론이 고개를 드는 게 권력의 이치입니다. 비명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이러다 다 죽어!'

11월 19일 앵커칼럼 오늘 '움직이면 죽인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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