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협박해 3억 뜯은 실장…재판에선 "나도 피해자"

강상구 기자 | 2024.11.30 10:12

배우 이선균씨를 협박해 3억원을 뜯은 혐의(공갈)로 기소된 유흥업소 실장 A(30·여)씨는 정작 재판에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평소 친하게 지낸 이씨에게 연락해 "휴대전화가 해킹돼 협박받고 있는데 입막음용으로 돈이 필요하다"며 3억원을 뜯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인천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연녹색 수의 차림으로 참석해 "피고인은 '1인 2역' 연극에 당한 피해자입니다. 무죄를 선고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하자 A씨의 변호인은 "공동 피고인인 B씨가 A씨를 가스라이팅(심리 지배)해 돈을 받아내게 했습니다. 과거에 많은 범죄를 저지른 B씨가 A씨를 조정하고 협박한 겁니다."라고 주장했다.

B(29·여)씨는 A씨와 별도로 이씨를 협박해 5천만원을 뜯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B씨는 교도소에서 알게 된 A씨와 2022년 9월부터 같은 아파트에 살며 친하게 지낸 인물이다.

B씨는 A씨의 유명 연예인과의 은밀한 사생활을 알게 되자 가면을 썼다.

뒤에서는 '해킹범' 행세를 하면서 "이씨와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며 A씨에게 1억원을 요구했고, 앞에서는 A씨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협박받는 상황에서 대처법을 조언했다.

A씨와 똑같이 징역 7년을 구형받은 B씨는 그동안 재판에서 혐의를 사실상 모두 인정했다.

A씨는 B씨의 협박을 받는 상황에서 이씨를 상대로 공갈을 친 게 아니라 자신에게 3억원을 전달한 이씨의 지인을 속여 돈을 더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오빠(이씨)를 지키기 위해 돈을 협박범에게 빨리 주고 끝내고 싶었다"며 "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오빠를 협박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30일 "A씨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B씨한테서 받은 협박을 강조해 모든 혐의를 떠넘기는 전략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받은 3억원도 이씨가 아닌 이씨의 지인이 준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 역시 돈을 준 이씨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검찰 공소사실은 부인하고 공소장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다른 죄는 인정해 무죄를 받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A씨와 B씨의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9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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