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칼럼 오늘] 내 안에 다른 나 있다
윤정호 기자 | 2024.12.02 21:49
1미터 넘는 연골 어류가 수심 2킬로미터 해저를 헤엄칩니다. 창백한 푸른빛 몸에,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있습니다. 3억 년 전부터 심해에 사는 유령상어 '키메라'입니다. 머리 곳곳에 프랑켄슈타인처럼 이어 붙여 꿰맨 것 같은 선이 있습니다. 육지 동물 닮은 머리에 바다 동물 몸통을 지녀 '키메라'라고 부릅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나라를 거덜 내고 백성을 괴롭히는 괴물이지요. 머리는 사자, 몸통은 산양, 꼬리는 뱀입니다. 유전학에선 한 몸에 두 DNA를 지닌 복합 개체를 가리킵니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 드물게 사람이 그런 경우를 '키메라 증후군' 이라고 하지요. 키메라는 '불가능한 생각' 망상을 뜻하기도 합니다. "장난감을 받고서 그것을 바라보고 얼싸안고 기어이 부숴 버리는…"
민주당이 주무른 내년 예산안, 헌정사를 새로 썼습니다. 야당이 예결위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한 것부터 헌정사상 초유입니다. 정부안을 후려친 감액도 처음입니다. 줄인 액수가 4조 천억 원에 이릅니다. 그것도 유례없이 속 보이는 정략적 감액입니다.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실, 경찰의 특활비, 그리고 검찰, 감사원의 특정업무경비와 특활비, 모조리 없앴습니다. 껄끄러운 권력기관 손발을 묶어 놓겠다는 겁니다. 문재인 청와대가 자랑했지요. "연평균 특활비 96억 원을 편성해 역대 정부 최저 수준이다."
그래 놓고 대통령실 82억 원은 한 푼도 못 준답니다. 재해 복구 예비비를 비롯한 민생 예산도 여기저기 손댔습니다. 경기 침체와 민생 고통의 골을 더욱 깊게 할 뿐입니다. 그러면서 국회 특활-특경비는 고스란히 남겼습니다. 가관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민생과 경제가 우선이라며 이른바 '먹사니즘'을 외쳐 왔습니다. "포용과 화해의 정치"를 말했습니다.
"정치 보복을 내 단계에서 끊겠다." 그런 분이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에 이어 감사원장 직무를 마비시키겠답니다. 거기에다 예산까지 휘둘러 노골적인 보복과 훼방에 나서면서 말입니다. 대선 때 했던 말씀 생각납니다. "(정치 보복이란) 하고 싶어도 꼭 숨겨 놨다가 나중에 몰래 하는 거지…"
12월 2일 앵커칼럼 오늘 '내 안에 다른 나 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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