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 핵심 권도형, 미국 재판 가능성 높아졌다…몬테네그로서 헌법소원 기각

이상배 기자 | 2024.12.25 08:41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고 있는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씨의 미국행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는 24일(현지시간) 권씨 측이 제기한 인도 결정 권한에 대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지난 10월19일 권씨 측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대법원 결정의 집행과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의 집행을 중지한 뒤 2개월 넘게 심리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대법원이 9월19일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하급심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결정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게 넘긴 것이 법적으로 정당한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권씨 측은 범죄인 인도 절차가 부당하게 진행됐으며 법률 해석에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유럽 인권재판소의 판례에 따라 법률 해석에 관한 문제는 일반 법원의 권한임을 인정한다"며 "헌재는 일반 법원의 사실 규명, 증거 평가, 법 해석에 대해서는 특별한 경우(명백한 자의적 판단) 외에는 개입하지 않으며 법이 명백히 잘못 적용되거나 불합리한 결론에 도달한 경우에만 개입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헌재는 이번 사건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고려한 결과, 피고인(권도형)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됐으며 가족생활권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헌재의 이번 기각 결정으로 권씨의 범죄인 인도 절차는 다시 가동된다. 이제 대법원 결정에 근거해 보얀 보조비치 법무장관이 조만간 권씨를 어느 나라로 보낼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4일 현지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외교적으로 한국, 미국 대사관 대표들과 (권씨에 대해) 논의했지만 어떤 압박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권씨의 범죄인 인도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며 "반드시 인도될 것이며 우리나라에 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보조비치 장관의 최종 결정을 통해 권씨의 '운명'이 확정되겠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볼 때 미국으로 인도될 가능성이 크다.

국익 관점에서 볼 때 몬테네그로 정부가 한국보다는 미국을 더 선호할 수 있고, 하급심의 한국 송환 결정에 불복해 대검찰청이 대법원에 두 차례나 이의 제기를 한 점을 고려하면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권씨의 미국행을 원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사법부와 정부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판결은 엎치락뒤치락했고, 권씨의 범죄인 인도는 그가 붙잡힌 지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권씨의 범죄인 인도 재판과 관련해 내려진 13번째 결정이라고 포베다는 전했다.

다만 한국보다 중형이 예상되는 미국행을 어떻게든 피하려는 권씨 측에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권씨의 신병 인도가 언제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우리 법무부와 주세르비아 한국 대사관은 몬테네그로 당국에 지연된 사법 절차로 불필요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해 한때 주목받았던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5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후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돼 11개월간의 도피 행각에 마침표를 찍었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 3월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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