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국가핵심기술 유출 시도 11명 기소…중국서 돈 받아

강상구 기자 | 2025.01.19 12:09

삼성전자가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도용해 제작한 반도체 세정장비를 중국기업에 수출하려고 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의 중국계 A회사 대표 B씨와 설계팀장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범행에 공모한 A사 직원 등 9명과 법인 3곳을 불구속 기소했다.

B씨 등은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삼성전자 자회사인 C회사 출신 퇴사자로부터 세정장비 챔버부(장비 내에 구성된 세정작업이 실제로 진행되는 부분) 도면을 구한 다음 그 도면을 기초로 새로운 수출용 세정장비 챔버부를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또 C사의 세정장비 이송로봇 도면을 도용해 새로운 수출용 로봇을 설계, 제작하거나 삼성전자의 세정공정 레시피(장비 구동 세부 절차와 방법을 정리한 문서)를 활용해 새로운 레시피를 작성한 혐의도 받는다.

반도체 세정기술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머리카락의 1만분의 1 굵기의 이물질을 반도체 훼손 없이 완벽하고 정밀하게 제거하는 초고난도 기술이다.

삼성전자와 C사는 30여년간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들여 세계 최고 수준의 세정기술을 완성했으며, B씨 등이 유출·부정 사용한 기술 자료 중 '세정공정 관련 자료(레시피)'는 산업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로, '설계도면'은 '첨단기술'로 지정됐다.

지난해 1월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로부터 정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같은 해 4월 A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11월 28일 A사 설계팀장을 구속 기소한 데 이어 최근 주범인 B씨를 구속 기소했다.

수사 결과 B씨는 2018년 삼성전자 등에 근무한 엔지니어들을 순차로 영입해 세정장비 관련 사업을 목적으로 한 업체를 설립한 뒤,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의 직접 투자를 받기로 하고 자신이 설립한 업체의 인력과 기술을 중국 업체 국내 법인에 78억2천만원을 받고 양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중국 업체를 위한 세정장비를 개발하기로 계약하고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기술자료를 불법 수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정장비 개발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실제 세정장비 시제품을 제작해 중국으로 수출했고, 2대의 양산 장비를 제작하던 중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범행이 발각돼 중단됐다.

이들은 "세정장비를 자체 개발했다"며 범행을 부인했으나, 검찰이 새롭게 개발한 포렌식 기법으로 A사 자료에 남겨진 '디지털 지문'이 확인되면서 삼성전자 등의 기술이 도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관련 자료를 삭제 또는 변형했으나, 새로운 포렌식 기법으로 과거 디지털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범죄 예방을 위해 '디지털 지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기술 유출 범행의 대부분은 외국 기업이 고액 연봉을 내세워 엔지니어들을 영입하는 방식이었으나, 이번 수사로 외국 기업이 직접 한국에 기술 유출 거점업체를 설립해 운영하며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한 것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A사가 중국 본사로부터 수령한 개발자금을 범죄수익으로 압류(잔액 약 100억원 추징보전)해, A사의 장비개발을 중단시키는 한편 범죄수익 환수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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