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혜씨가 손님의 부탁을 받아 만든 '밤식빵' 사진. /송지혜씨 제공
"(아내가 아파서) 밥을 못 먹는데 밤식빵을 참 좋아합니다. 혹시 좀 만들어 줄 수 있나요?"
경기도 포천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송지혜(40)씨는 지난 9월 '특별한 주문'을 받았다. 80대쯤으로 보이는 손님이 메뉴에 없는 '밤식빵'을 만들어줄 수 있냐고 문의한 것이다. 그는 빵과 쿠키, 커피 등을 파는 카페를 지난 8월에 시작했는데, 당시 한달이 갓 지난 '초보 사장'에게 온 외면할 수 없는 요청이었다.
송씨는 TV조선 시사 프로그램 '사건파일24' 취재기자와의 통화에서 "아픈 아내분이 밤식빵을 그리 좋아하시는데 파는 데가 없다고 찾아오셨다"며 "밤식빵을 맛있게 만들어드리겠다고 약속을 하고 재료를 사서 연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손님이 매일 아침 가게 앞을 지나며 유리창 너머로 빵을 유심히 살펴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요청의 무게가 더 느껴졌다.
송씨가 부탁을 지나칠 수 없었던 이유는 또 있었다. 12년 전 투병끝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26세 때 엄마가 백혈병 투병을 하셨는데 당시 식이조절이 굉장히 예민했다"며 "항암 치료를 하면서 먹는 것도 제한적이었고, 먹을 수 있는 것과 못 먹는 것도 딱 정해져 있어서 식사도 많이 못 하시는데 드시고 싶은 게 있으시면 어떻게든 구해왔다"고 설명했다.
며칠 뒤 송씨는 밤식빵을 찾으러 온 이 손님에게 재룟값 정도만 받았다. 그는 "무료로 밤식빵을 드리고 싶었다"면서도 "동정처럼 여겨 기분나쁘게 여기실 수도 있고 괜히 오해할 수도 있어 그랬다"고 말했다.
송지혜가 경기도 포천에서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의 모습. /송지혜씨 제공
밤식빵을 사간 이 손님은 열흘쯤 뒤 다시 가게에 찾아왔다. 송씨가 반가운 마음에 "맛있게 드셨냐"고 묻자 손님은 "빵 잘 먹었다. (아내가)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갔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하다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서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아픈 아내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했다는 의미였다.
이 사연은 송씨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특별했던 이 손님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그는 "개업한 지 얼마 안 되고 있었던 일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며 "앞으로 장사하는 데 잊지 않고 초심을 지키겠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전문가는 노부부에게 '밤식빵'이 '애정'과 '돌봄'의 의미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숙기 숭실대 상담교육심리 교수는 "아내가 건강을 회복해서 노후를 좀더 행복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라며 "밤식빵에는 아내가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까지 곁에서 지키겠다는 의미도 담겨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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