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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자의 동분서주ㅣ단독] '해외 도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북 사업권 대가로 200만 달러 지불" 인정

등록 2022.11.22 16:48

수정 2022.11.22 17:06

"이재명 변호사비 대준 적 없다" 억울함 토로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해외로 도피성 출국을 한 지도 6개월이 됐습니다.

김 전 회장은 본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던 착한이인베스트 대표가 머무르던 싱가포르를 거쳐 태국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무효화를 추진하자 태국을 빠져나와 캄보디아를 거쳐 지금은 동남아 제3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 전 회장이 기업 오너였던 만큼 해외에서도 호화생활을 할 것으로 일반인은 생각하겠지만, 지금 건강이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쌍방울, KH 배상윤 회장이 인수시도하다 ‘자금난...김성태 품으로
그동안 김성태 전 회장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습니다. 전북 전주의 ‘조폭 출신’이라는 설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조폭이 아니라 사채업을 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실제로 검찰은 전국 조폭 계보도를 파악하고 있는데, 김 전 회장이 조폭으로 분류된 적은 없다고 합니다. 김 전 회장과 의형제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KH 배상윤 회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배 회장 주변의 얘길 들어보면 배 회장이 가장 싫어하고, 못 참는 것이 ‘조폭 출신’이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검찰이 배 회장을 범죄단체구성으로 기소한 적도 있지만 모두 무혐의가 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김 전 회장이 쌍방울 오너가 된 과정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입니다. 쌍방울의 모태는 1954년 전북 익산에서 이봉녕-이창녕 형제가 세운 ‘형제상회’였습니다. 나중에는 두 형제의 돌림자 ‘방울령’자를 따서 쌍방울이라는 이름으로 붙였습니다. 하지만 무주리조트 건설 등 문어발식 확장을 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무너졌고, 이후 여러차례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 쌍방울에 먼저 손을 댄 것은 KH그룹 배상윤 회장이었다고 합니다. 배 회장은 2010년쯤 김성태 전 회장에게 3억원의 계약금을 빌려 쌍방울 인수를 시도했지만,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더 이상 계약 진행이 어렵게 됐습니다. 그러자 김 전 회장에게 회사를 넘겼다는 게 김 전 회장이나 배 회장 주변의 공통된 말입니다.

김 전 회장이나 배 회장 모두 해외에 나간 지가 꽤 됩니다. 김 전 회장은 출국 이후 검찰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고, 배 회장은 미국 하와이 골프장 인수차 출국했다 아직 귀국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성태 “北 사업권 따려 200만불 지급...변호사비는 대납한 적 없어”
김 전 회장은 해외 도피 이후에도 주변에 억울함을 많이 토로하고 있다고 합니다. 본인이 해외를 전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공항까지 갔다가 돌아온 적도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쌍방울 내부와 주변 취재를 종합해 보면, 김 전 회장은 대북 송금 혐의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정합니다. 대북 사업은 쌍방울 그룹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북한으로부터 사업권을 받는 대가로 200만불 가량을 지불했다는 내용입니다. 쌍방울은 북한으로부터 희토류 최대 매장지인 단천 특구 개발과 주요 관광지 리조트 사업 권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 경색 등으로 사업은 더 이상 추진되지 않았고, 돈만 떼인 격이 됐습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이 수사하는 횡령·배임에 대해서도 수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지고 법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입니다. 횡령·배임은 기업인에게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딨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피할 수 있는 혐의라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수사의 발화점이 됐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선 상당히 억울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변호사비를 대준 적고 없고, 이재명 대표를 본 적도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없는 내용이라도 만들어서 검찰에 진술하고 싶을 정도라고 주변에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검찰은 CB(전환사채) 유통 과정에서 돈세탁 정황이나 이재명 측의 법률 총괄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태형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기용한 것이, 결국은 변호사비 대납 차원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긋고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주가조작 전력이 있는 만큼, 증권 시장 주변에서는 김 전 회장이 수시로 주가조작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실제로 쌍방울 그룹주들은 대북과 바이오, 대선, M&A 등 각종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한 적이 많습니다.
김 전 회장은 주가를 부양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인위적인 시세 조정은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 이유로 과거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으로 고생을 많이 해서 두 번 다시는 안하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김 전 장은 나노스를 인수할 때 제우수 1호 조합에 차명으로 지분을 투자한 것으로 검찰이 파악했는데, 제우스 1호 조합이 나노스 지분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세차익을 보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별도로 차명 투자한 후 시세 차익을 봤을 가능성은 열어두고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이 검찰에 일부 혐의를 자백하고, 형량을 낮추는 일종의 비공식적인 플리바게닝, 즉 딜을 시도하고 있다는 설에 대해서는 김 전 회장이나 검찰 모두 부인하는 상황입니다.

한 법조인은 김성태 전 회장의 장기 해외 도피에 대해서 “폭풍우가 거세게 몰아치면 아무리 좋은 우산을 써도 젖는다”라는 말로 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쌍방울 수사가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돼 있는 만큼 수사가 거세게 진행될 수밖에 없고, 그럴 때에는 잠시 피해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김 전 회장의 해외도피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검찰 수사의 종착점은 어디일지 아직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 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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