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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칼럼 오늘] 가정의 달, 외식이 무섭다

등록 2024.05.02 21:51

수정 2024.05.02 21:55

"많이들 먹어라, 실컷."

뷔페식 기사식당에 모처럼 외식 나온 가장의 얼굴이 보름달같이 환합니다.

"더 먹어. 더 먹어."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젊은 부부가 짜장면집 한편에서 짬뽕을 먹습니다. 해물 건더기가 나오자, 서로 건져주며 웃습니다.

'옆에서 앵앵거리는 아이의 입에도, 한 젓가락 넣어주었다. 면을 훔쳐 올리는 솜씨가 닮았다'

소박한 외식에 아기가 없었다면 그토록 행복했을까요.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을 주문한다면 치킨 집 주인도 좋아하겠지. 맥주 천쯤 같이 시킨다면, 걸 그룹처럼 춤을 추며 달려오겠지'

치킨 한 마리, 냉면 한 그릇에 두루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맛 좋은 냉면이 여기 있소. 값싸고 달콤한 냉면이오. 냉면 국물 더 주시오…"

요즘 냉면 국물 더 달랬다간 핀잔이나 안 들으면 다행입니다. 냉면 한 그릇 값이 만 원 넘었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만 6천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가족 넷이, 수육에 입가심 소주를 곁들이면 10만 원이 우습습니다.

치킨도 3만 원이 잠깐입니다. 그나마 달랑 한 마리 시키면 어느 치킨 집 주인이 좋아할까요.

한국인의 소울 푸드, 짜장면마저 평균 7천 원을 넘어갔습니다. 배달해주는 서울 동네 짬뽕은 9천 원이 예사입니다. 그나마 양이 라면처럼 야박해서 곱빼기 시키면 만 천 원입니다.

대표적인 미국계 햄버거와 피자 체인은 5월 들어서기 무섭게 각기 값을 올렸습니다. 햄버거는 앞서 인상한 지 불과 여섯 달 만입니다.

가정의 달 '외식이 두렵다'는 비명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날, 큰맘 먹어야 간다던 호텔 뷔페는 20만 원 턱밑까지 차올라 언감생심입니다.

이른바 '외식플레이션'의 총공세가 마치 갈 데까지 가보자는 '치킨 게임' 같습니다.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 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며…'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줄지어 오면서 부모, 자식, 부부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다 못해 한숨짓는 5월입니다.

5월 2일 앵커칼럼 오늘 '가정의 달, 외식이 무섭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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