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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칼럼 오늘] 이 비를 누가 말리랴

등록 2024.05.03 21:51

수정 2024.05.03 21:56

"해를 찾으려는 사람들. 나는 궁금해요. 지금도 궁금해요. 누가 이 비를 멈출 것인지..." 

미국 록 밴드 C C R은 베트남전의 수렁을, 그칠 줄 모르는 비에 비유했습니다. 이듬해 내놓은 또 하나 비의 명곡입니다. 

"그 비를 본 적이 있나요. 해가 쨍쨍한 날 내리는 비를…" 

미국 남부에서 난기류 폭풍 뒤 파란 하늘이 내리는 여우비를 '선샤워(Sunshower)'라고 합니다. 뒤숭숭한 날씨여서 '악마가 내 아내와 키스한다'고 말합니다.

팀원들의 갈등과 반목으로 정점에서 곤두박질치던 C C R의 혼돈을 노래한 것이지요. 1년 뒤 C C R은 공중분해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만난 지 사흘. 핼러윈 특별법을 합의 처리하기로 한 지 하루. 그렇게 합의 처리한 지 한 시간 만에 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단독 처리했습니다.

협치에서 대치로 가는 시간표가 그렇게나 짧습니다. 변덕스럽고 뒤숭숭하기가 '호랑이 장가간다'는 여우비보다 더합니다.

그리고 한 시간 반 만에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습니다. 이제 때아닌 장맛비가 퍼부을 모양입니다.

특검은 수사가 미흡할 때 하는 겁니다. 이 사건은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검 추천권을 사실상 민주당이 갖는 것도 문제입니다.

민주당은 거부권이 행사되면 재의결에 부치겠다고 합니다. 부결되면 다음 국회에서 재발의하겠답니다.

영수회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밀어붙이는 이유를 짐작할 만합니다. 발의, 재의결, 재발의, 또 재의결로 압박하면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겠지요.

무엇보다 민심이 특검법 쪽입니다. 대통령이 자초한 책임이 작지 않습니다.

진솔하게 입장을 밝히고 합리적 해결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스님이 어린 동승에게 설법했습니다.

'나는 너, 너는 나, 우리는 한몸이란다.'

동승이 말했습니다.

'알았어요. 하지만 내가 스님일 때보다, 스님이 나일 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귀여운 이기주의입니다. 하지만 정치판은 역겨운 이기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상대를 전혀 헤아리지 않는 셈법에 협치가 보이기나 하겠습니까.

5월 3일 앵커칼럼 오늘 '이 비를 누가 말리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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