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앵커칼럼 오늘] 엄마 어머니 어머님

등록 2024.05.07 21:50

수정 2024.05.07 21:52

어미 새가 나무 안에서 밖을 내다봅니다. 이 작은 구멍으로 어떻게 들어갔을까요. 보르네오섬에서 평생을 함께하는 알락검은코뿔새 한 쌍이 산란기를 맞았습니다. 암컷이 나무 구멍에 들어가더니, 당분간 필요 없는 깃털을 뽑아 자리부터 깝니다. 수컷이 물어 오는 진흙으로 구멍을 메웁니다. 먹이를 받고 배설하는 작은 구멍만 남기고 단단히 막아버립니다. 스스로를 가둬, 새끼들을 안전하게 키울 요새로 만듭니다.

"그건 감옥이기도 합니다."

어미 새는, 아비 새가 충성스럽게 날라오는 열매와 벌레를 먹으며 부화합니다. 새끼들이 독립하는 몇 달 뒤 벽을 허물고 어둠에서 빛으로 나옵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가 보조기구에 의지해 노래를 부릅니다. 뒤에서 엄마가 무릎 꿇어 딸의 등을 받쳐줍니다. 기도하듯 끝까지 함께 부릅니다. 5년이 흘러 엄마는, 훌쩍 자란 딸의 허리를 부여안고 노래합니다. 가수를 꿈꾸는 딸을 지탱해 여전히 함께합니다. 그 애틋한 노래가, 시인이 자식 부르는 소리를 닮았습니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어머니는 서울로 떠난 큰아이 생각을 떠나지 못합니다. '상추쌈, 씻다가 된장국, 끓이다가 콩나물, 무치다가 너를 생각한다. 아이야, 엄마다 엄니다 어머니다. 그리움, 상추쌈 냄새로 일렁인다.'

시인이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연탄장수 울 아비, 국화빵 한 무더기 가슴에 품고, 행여 식을까 봐 까치고개 숨차게 넘었나니.' 이제는 아들이 삼십 년 전 아버지가 됩니다. '햄버거 하나 달랑 들고도 마음부터 급하구나. 그 녀석 잠이나 안 들었는지.' 그 햄버거가, 아비 코뿔새가 숨가쁘게 물어 나르던 먹이 같습니다.

시인이 마지막 남긴 시입니다. '세상을 처음 열어 주신 엄마. 세상을 업어 주고 입혀 주신 어머니. 세상을 깨닫게 하고 가르침 주신 어머님. 성모 아닌 어머님이 세상 어디에 있더냐.' 내일은 어버이날입니다.

5월 7일 앵커칼럼 오늘 '엄마 어머니 어머님'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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