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앵커칼럼 오늘] 북 치고 나팔 불고

등록 2024.05.08 21:49

수정 2024.05.08 21:52

"동네 사람들 아프면 병원 안 가고 너만 찾는다는데…"

형사 송강호의 중요한 정보원이 '주사 아줌마' 입니다. 동네 사람들을 불법으로 치료하며 주워들은 얘기를 전해주곤 하지요. 그런데 애꿎은 사람을 용의자로 찍습니다.

"이향숙이 살해되던 그날 밤, 광호가 이향숙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걸 봤대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에도 '주사 아줌마' '기 치료 아줌마'들이 드나들었습니다. 대통령의 건강을 사사로운 정체불명 비선에게 맡긴 겁니다.

세종이 배석자 없이 아랫사람들을 독대하자 대신들이 간언했습니다.

'그들은 나그네처럼 왔다 가면서, 생선 눈알이 진주에 섞이듯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회담을 비선 막후 접촉으로 성사시켰다는 주장은 여러모로 이상야릇합니다. 대통령 부부와 이웃으로 지냈거나,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두 교수가 장본인입니다.

대통령실도 민주당도 부인했습니다만, 두 사람이 함께 공개한 내용들이 아주 구체적입니다. 대통령 이웃은 대통령이 자신을 불러 회담 주선을 부탁하더라고 했습니다. 그를 통해 했다는 대통령의 제안은 더욱 유별납니다.

'회담이 잘되면 골프 회동과 부부 모임을 갖자' '이 대표가 불편해하거나 대선 경쟁자가 될 인사를 총리와 비서실장에서 배제하겠다'

당장 국민의힘 일부 지지자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너무 굴욕적이다' '탈당하라'

정치에선 막후 접촉이 윤활유 구실을 하는 예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식 라인은 제쳐놓고, 비선이 북 치고 나팔 불고 다한다면, 정치가 아니라 거래일 뿐입니다.

대통령실은 이미 총리와 비서실장 인선을 둘러싼 비선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사적으로 친한 사람들을 가까이하며 써먹는 일이 거듭되면 호가호위하는 세력이 창궐하기 마련입니다.

안 그래도 대통령 주변에 대통령의 메신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습니다. 회담이 끝나기 무섭게, 대놓고 자신들의 역할을 시시콜콜 내세우는 것도 고와 보일 리 없습니다.

세종이 독대를 좋아한 뒤로, 독대는 왕의 금기가 됐습니다. 임금을 뵙고 나간 자가 위세를 부리는 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5월 8일 앵커칼럼 오늘 '북 치고 나팔 불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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