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사회

[뉴스 판] 대한민국 좌우한 '왕실장' 김기춘

등록 2016.11.10 20:11 / 수정 2016.11.10 20:17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앵커]
이진동 사회부 부장, 하누리 기자 나와있습니다. TV조선이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을 왜 공개했는지 또 어떻게 입수하게 됐는지는 잠시 후에 듣기로 하고, 먼저 오늘 공개한 김기춘 전 실장의 발언과 지시사항, 그리고 이것들이 왜 문제가 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이진동 부장, 비망록에 담긴 김 전 실장의 위치는 어땠습니까.

[기자]
저희가 아직 일부만 보도했지만, '왕실장'이라는 그 별명 그대로의 역할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김 전 수석이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의 지시 위주로 적혀있습니다. '장'으로 표시된 부분이 김 전 실장의 지시고 '령'으로 표시된 부분이 대통령 지시사항인데, 대통령 말을 적은 부분은 크게 차지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김 전 수석의 말은 무조건 따라야 할 사항이고, 업무의 대부분을 김 전 수석이 관장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수석들의 역할을 하나하나 지정해줬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수석들의 업무 자세부터 일해야 할 부분을 깨알같이 짚고 지시했습니다. VIP가 순방에 갔을 때 더 긴장하라는 지시를 하기도 하고 아랫사람의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확인하라는 이야기도 반복합니다. "박근혜 정부에 내심 적대적인 인물은 인사조치"하라며, 대통령의 절대적인 권위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것을 기록한 김영한 전 수석은 누구였죠?

[기자]
김 전 수석은 2014년 6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에 발탁됐습니다. 2014년 11월 이른바 정윤회 게이트가 터지면서 김 전 수석은 수석 자리를 떠났습니다. '항명 파동'으로 많이 기억하실텐데요. 국회에서 해명 요구가 빗발치자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은 김 수석에게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러자 김 전 실장은 민정수석이 국회에서 정부 기밀을 말하는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면서 이를 거부하고 사표를 냈습니다. 당시 김 전 수석 아래에 있던 민정비서관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입니다. 당시 김기춘 실장이 정윤회 게이트에 대해 수석을 배제한 채 우병우 비서관과 논의해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공교롭게도 김 전 수석이 사퇴한 뒤 우병우 비서관이 바로 민정수석이 됐습니다.

[앵커]
방금 이야기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그렇고, 민정수석의 책임과 권한에 대한 뉴스를 계속 다루는데 정확히 민정수석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기자]
민정수석은 대통령 비서실장 아래 있는 수석 가운데 민심과 여론 같은 민정, 공직기강, 법무, 민원을 담당합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는 물론 검찰 수사 사항 보고도 받기 때문에 수석 중에서도 강력한 힘을 갖습니다. 공직자 임명 때 법적인 문제나 재산 같은 부분도 민정수석이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인사권까지 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입수한 비망록을 보면, 김 전 실장은 민정수석에게 이런 권한 이상의 것. 그러니까 보도드린대로 5.16에 대한 역사관을 주입한다거나 문화계와 사법부를 좌우하는 부분까지도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갈등이 있었을 것으로도 추정됩니다.

[앵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TV조선이 이 보도를 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입수 경위를 공개해주실 수 있습니까. 

[기자]
7월부터 미르와 최순실씨 등을 둘러싼 비선실세 의혹을 취재하고 보도하면서, 김영한 전 수석과 만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김 전 수석이 비선 문제인 '정윤회 게이트'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청와대가 무엇을 드러내지 않았는지, 검찰 수사의 무엇이 미흡했는지도 물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을 들었습니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김 전 수석은 외부 접촉을 피했고, 가족도 별세 바로 다음날 발인을 했습니다. 이후 저희는 여러차례 김 전 수석의 어머니와 만나고 설득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국가를 위해 충성을 하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청와대를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뒤늦게 온 청와대의 부의도 거절했습니다. 저희들만큼이나 김 전 수석의 어머니도 당시 청와대가 무엇을 숨겼는지 누굴 감싸기 위해 아들이 사표를 내야했는지 알고 싶어했고 세상에 밝히고 싶어했습니다. 어머니는 비선실세 문제로 이제야 검찰 수사 대상이 된 '문고리 3인방' 뉴스를 봤다며, '그 사람, 우리 아들이 조금만 더 버텼다면 진실이 밝혀지는 걸 봤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 비망록을 진실에 알리는 데만 쓰겠다고 약속하고 받아들었습니다.

[앵커]
네, 오늘 보도는 일부입니다. 김기춘 전 실장이 우리 사회에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떤 인사들까지 주무르려고 했는지. 또 지금 정국을 마비시킨 '비선실세'를 둘러싸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나씩 밝혀주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