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젊어서 논농사를 지으며 미꾸라지도 길렀습니다. 추수하고 물 뺀 논에서 2천마리 넘게 잡아 쌀 네 가마 값에 팔았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메기를 같이 풀어 놓았더니 미꾸라지가 두 배로 늘어나고 살도 통통했다고 합니다. 생존경쟁이 치열해야 기업이 강해진다는, 이 회장의 '메기론'이 거기서 나왔습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 흐린다는 속담도 있습니다만, 미꾸라지는 억울합니다. 미꾸라지는 내장으로도 호흡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탁한 물에서도 잘 삽니다. 먹이를 찾느라 물을 헤집어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물을 흐리는 게 아니라, 흐린 물이 고여서 썩지 않게 합니다.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폭로와 청와대 반박이 갈수록 태산입니다. 청와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 곧 불순물이 가라앉고 진실은 명료해질 것" 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흐린 물이 가라앉기는커녕 민간사찰 의혹까지 피어올라 눈앞이 더 탁해졌습니다. 청와대 대응이 박근혜 정부 때 정윤회씨 문건 유출사건과 닮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사건의 진실보다는 문건 유출을 문제 삼아 국기 문란이라고 했습니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지라시' 수준의 문건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건을 작성했던 행정관은 문건 유출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고, 문건 내용도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야당 비상대책위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국기 문란은 청와대 비서실이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윤회 문건 사건은 최순실 사태의 전주곡이었습니다. 청와대가 이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부 단속에 나섰다면 국정농단 사태가 그렇게까지 확대되진 않았을 겁니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미꾸라지 한마리 때문에 생긴 소동이라고 평가 절하했지만, 그 미꾸라지가 보내는 신호를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곤란할 겁니다. 호미를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12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지라시와 미꾸라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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