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처음 황정은의 소설을 읽었을 때 나 역시 비슷한 의문을 품었던 것 같다. 황정은의 소설엔 언제나 '가난한' 이들이 나온다. 함께 슬럼가를 걸으며 값싼 샌드위치를 나누어 먹는 연인, 돈 몇백 원을 아끼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 단골로 등장하는 배경은 공구 상가다. 그리 유복하게 자라지 못한 나조차 그녀의 글을 읽으며 '이건 좀 비현실적이다' 생각했다. 그러곤 내 생각의 폭력성에 스스로 놀랐다. 누군가의 '현실'을 '비현실'이라 재단한 것이다.
관객수 700만을 넘긴 지금도 포털사이트엔 '기생충'에 관한 온갖 해석과 추정이 넘쳐난다. 영화 속 상징을 퍼즐 풀듯 풀고, 감독의 의도를 짐작해보는 것이 감상의 큰 재미 중 하나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가 엔터테인먼트로만 소비되는 것이 못내 불편하다.
핵심은 영화 바깥에 있다. '기생충'이 누군가의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를 통해 다른 삶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영화의 확장이요, 예술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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