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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지도자의 위로

등록 2020.03.03 21:46 / 수정 2020.03.0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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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본드, 제임스 본드…"

영화 '007' 시리즈에서 세 번째 본드 역을 맡았던 로저 무어. 그는 눈썹을 연기의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한쪽 눈썹 끝을 치켜세우는 특유의 표정으로 바람둥이 스파이를 표현하곤 했지요. 인류의 눈썹은 호모사피엔스 때 생겼다고 합니다.

그 눈썹 덕분에 다른 집단이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를 멀리서도 알아보게 됐다는 게 영국 요크대 연구결과입니다. 그러면서 서로 교감하고 공감하는 또 한 단계 진화를 했다는 겁니다.

네덜란드 동물생태학자의 책에 쥐의 공감능력에 관한 실험이 나옵니다. 지렛대를 눌러 먹이를 받아먹던 쥐가 지렛대를 누를 때마다 옆 칸의 쥐가 전기충격을 받는다는 걸 알고는 더이상 누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 국민이 겪는 고통과 불안은 근래 어떤 재앙과도 비교할 수 없게 큽니다. 그런데도 국정 지도자와 책임자들로부터 솔직하고 따스한 공감과 위로의 한마디를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어제 장관들의 국회 답변 한번 들어보시지요.

"여러가지 조치들을 상당히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중국인 입국자) 관리가 지금까지는 잘되고 있다…"

그런데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만은 사뭇 달랐습니다.

"방역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국민여러분께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진 장관은 고통받는 국민께 거듭 사과했고 "중국인 입국금지로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했습니다. 국민 마음을 헤아려주는 장관이 그나마 한 명 있는 것 같아 조금 위로가 됩니다. 대통령도 오늘 송구하다고 했습니다만 마스크 공급문제에 그친 사과였습니다. 짜파구리 파안대소와 코로나 종식 발언, 그리고 중국인 입국금지에 대해 "초기라면 몰라도…" 라고 했던 말이 겹쳐 떠오릅니다.

메르스 사태 때 새정치연합 대표였던 대통령은 "세월호 때처럼 무능하고 부실하다"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새정치연합도 "한 달이 지나도록 대통령이 아무런 위로와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치적 처지가 달라졌다고 생각이 이렇게 달라진다면 국민은 누굴 믿겠습니까? 오바마 대통령이 에볼라 바이러스 때 언론의 질책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털어놓은 회고담으로 맺겠습니다.

"'왜 에볼라를 퇴치하지 못했습니까? 라고 질문할 때마다 저는 저희 팀에게 '다음 기자회견 전까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말할 수 있었지요"

3월 3일 앵커의 시선은 '지도자의 위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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