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봄이 올 때 마다 애송되는 명시 황무지에서 T S 엘리엇은, 죽은 나무를 망각 속에 놔두지 않고 다시 깨우기 때문에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창원 보궐선거 때 정의당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겨냥해 "죽은 노회찬이 산 황교안을 물리친다"는 논평을 낸 바 있지요.
죽은 제갈공명에게 산 사마중달이 쫓겨갔다는 삼국지 고사에 빗대 '노회찬의 못다한 꿈이 승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명과 중달의 고사는, 특정 인물을 내세운 신당이 나올 때마다 회자되곤 합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각기 'DJ 정신'과 '노무현 정신'을 앞세운 평화민주당과 국민참여당, 2008년 총선 때 '박근혜 수호'를 내건 친박연대가 대표적이지요.
대통령은 '이제 조국을 놓아주자'고 했지만 지금 선거 양상은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여권 비례정당 열린민주당의 후보로 나선 민변 출신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검찰 쿠데타 세력'이라며 윤석열 총장을 비롯해 조국 수사를 맡았던 검사 열네 명을 거명했습니다. 블랙 리스트를 넘어 살생부 냄새가 짙게 풍깁니다. 그는 조 전 장관을 조선시대 개혁정치가 조광조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비유가 온당한지 구구하게 따질 필요까진 없겠습니다만 그가 조국을 내세워 정치에 뛰어 들었다면 얘기는 달라 집니다.
조 전 장관 아들에게 가짜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물러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열린민주당에 합류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은 조국 지지집회를 이끈 개싸움 국민운동본부와 손 잡고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습니다.
민주당에서 쓴소리를 하다 공천 탈락한 금태섭 의원은 "총선을 조국 수호 선거로 치를 것이냐"고 했습니다. 그가 걱정한 대로 조국 지지세력이 이제 정치 전면에 나서 조국사태를 연일 선거쟁점으로 띄우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조 전 장관을 한국의 대표적 부패사례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집권당의 비례정당 대표는 우리 국민이 "조국과 가족에게 큰 빚을 졌다"고 했습니다. 이제 국민이 선거에서 그 말에 대답할 차례입니다.
3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다시 조국'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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